최근 1년간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가 50%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실업자 절반가량이 청년이었다. 국내 장기실업자 증가의 주요 원인이 구조조정보다는 청년실업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청년 상당수가 실업상태에 놓여 있고 설령 취업했더라도 저임금인 경우가 많아 부모에게 생활을 의존하는 캥거루족마저 늘고 있다.



장기실업자 청년 비중 44%, 1년 새 10%포인트 상승



6일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최근 국내 장기실업자 증가의 주요 원인은 경기침체로 인한 구조조정이 아닌 청년층이 장기실업자로 내몰리는 현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정보원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재분석했더니 올해 8월 기준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는 18만2천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달(12만명)보다 51.6%(6만2천명) 급증했다.

연령별로는 15~29세 청년층 비중이 44%로 가장 높았다. 특히 청년층 비중은 지난해 8월 34.3%에서 9.7%포인트나 상승했다. 장기실업자가 청년 다음으로 많은 30~39세 비중이 25.7%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2.5%포인트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최근 청년층 연령을 34세로 확대하고 있다는 경향을 감안하면 청년층 장기실업자는 전체의 50%를 넘어 10만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40~49세는 13.1%, 50~59세는 12.2%, 60세 이상은 5%를 차지했다.

박세정 고용정보원 책임연구원은 “경기침체 장기화나 일부 산업 구조조정이 장기실업자 증가에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주요 원인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청년들이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미취업자 대다수, 취업자 중 절반이 캥거루족



청년들의 고용사정이 이처럼 어렵다 보니 부모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캥거루족도 늘고 있다. 캥거루족이란 성인이 된 이후에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살거나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청년층을 일컫는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제8차 청년패널조사를 재분석한 결과 실업상태인 청년은 대부분(89.9%) 부모에게 의존해 살고 있었다. 취업자 중에서도 53.2%가 캥거루족에 해당했다. 노동연구원은 청년패널조사 중 취업자 4천290명과 미취업자 1천397명을 포함한 5천687명의 자료를 활용했다.

외국에 비해 유달리 우리나라에 캥거루족이 많은 이유는 취업을 했더라고 저임금 일자리인 경우가 많아 스스로 생계를 이어 나가기 어렵고 치솟는 월세·전셋값을 감당 못해 부모에게 주거를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현상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캥거루족 증가 경향은 미취업자뿐만 아니라 취업자 중에서도 부모에게 생활을 의존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며 “최근 우리 사회에 질 좋은 일자리 부족은 청년층의 직업탐색 기간을 늘리고 취업 포기자를 양산해 부모에게 의탁해 살아가는 청년층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