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년도 안 되는 사이 무려 16차례나 '쪼개기 계약'을 맺은 촉탁직 노동자를 해고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이 사실에 대한 오류를 기반으로 잘못된 판결을 했다는 지적이다.

금속노조는 24일 성명을 내고 현대차의 비정규직 사용 남용에 면죄부를 준 서울행정법원의 촉탁직 부당해고 재심판정 취소 판결을 규탄했다. 법원은 지난 20일 중앙노동위원회의 현대차 울산공장 기간제 촉탁직에 대한 부당해고 판정을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2년 이상 근무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갱신기대권 법리가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촉탁직 같은 기간제라도 재계약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재판부는 이 사건 당사자에 대해서는 "한시적 인력"이라며 다른 결론을 내렸다.

"회사가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는 과정에서 신규 교육훈련으로 일시적인 공백이 생기는 경우나 휴직·정직으로 공백이 생기는 경우에 정규직 직원이 충원될 때까지 공백이 생긴 당해 업무에 한시적으로 인력을 사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촉탁직이 정규직을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판결문에서도 확인된다. 2015년 12월 기준 현대차는 2천860명의 촉탁직을 고용하고 있는데 이 중 휴직·파견·정직 등 한시적 인원 공백을 이유로 사용하는 촉탁직은 960명에 불과하다. 실제 촉탁직 대부분(1천900명)은 전출·사직·생산소요 등을 이유로 정식 정원을 채용해야 하는 자리에 사용되고 있다.

조현주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법원이 정규직 자리를 촉탁직으로 채우는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공백이 생긴 업무에 한시적으로 인력을 사용했다'며 사실관계와 배치되는 판단을 했다"며 "해당 촉탁직 노동자가 한시적 업무에서 일했는지는 판결문에 적시하지도 않은 채 막연히 현대차가 한시적으로 사용해 왔을 것이라고 봤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가 촉탁직을 사용하는 이유는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규정을 피해 무분별하게 비정규직을 사용하려는 데 있다"며 "정규직이 일해야 할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사태에 대해 법원이 면죄부를 줬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항소할 계획이다.

한편 박아무개씨는 2013년 2월 현대차 울산공장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2014년 1월31일 계약만료 통지를 받았다. 일하는 동안 16차례 쪼개기 계약을 했다. 중앙노동위는 박씨에 대한 계약해지를 부당해고라고 판정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