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결의한 대로면 2016년 9월 말은 총파업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노총 금융노조는 23일에 34개 전 지부 조합원 9만여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에 돌입하고, 이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도 27일부터 15개 산하조직 6만여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에 돌입하며,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도 28일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오늘 공공·금융기관 노조들은 9월 말 총파업을 결의하고서 이를 위해 달려가고 있다. 한국노총 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로 구성된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막기 위해 9월 말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히는 등 여러 차례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예고했고, 노조의 각종 회의단위에서 이를 결의해 왔다. 특히 금융노조는 23일 총파업의 날에 조합원 총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수용불가의 결의를 보여 줄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성과연봉제 반대를 위해 금융노조 설립 이후 최초로 조합원총회를 열고서 총파업을 단행한다는 것이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전체 조합원이 한자리에 모여 총회를 여는 것은 사상 처음으로 성과연봉제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우리의 결의를 보여 줄 계획"이라며 "총회를 통해 조합원 의사에 따라 2~3차 파업을 포함한 투쟁계획을 확정해 추진하겠다”고 이번 총파업을 말했다(매일노동뉴스 9월8일자). 이렇게 오늘,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서 공공·금융기관 노조들은 총파업으로 달려가고 있다.

2. 2016년은 공공·금융기관들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고 난리법석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성과주의 임금제도가 노동개혁이라며 고용노동부는 안내하고 기획재정부와 주무부처가 지침을 통해 산하 공공기관들에 도입토록 독려하고, 이에 따라 사업장마다 사용자들은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이를 도입하느라고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특별히 박 대통령이 친히 도입 현황을 챙기겠다고 밝혔으니 노동자들과 노조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은 지침대로 이사회 결의로 도입했노라고 정부에 보고했다. 이러한 성과연봉제 도입 소동을 보자면 그것이 임금제도로서 근로계약의 주요 내용임에도 이 나라에서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인식되고 있었다. 노동자 과반수 또는 과반수노조의 동의 없이도 사용자가 기존 임금제도를 성과연봉제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이라고 노동부는 매뉴얼로 안내하고 기재부와 주무부처는 지침으로 윽박질렀으니 이런 권력의 안내와 지침에 따라 사용자는 뻔한 선택을 했다. 일방적으로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서 이를 했노라고 발표하고 정부에 보고했다. 이런 소동을 보고 있자면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정하는 근로계약은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의 합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권력이 정해 주는 대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착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은 계약 자유의 근대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니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 앞에서는 착각이라고 여겨져야 하는 것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권력의 일로써 공공연히 벌어진다는 것일까. 그리고 너무도 태연하게 벌어지는 일이라서 더욱 놀랍다.

3. 그러니 “성실한 교섭에 나서고, 일방적인 추진을 중단한다면 우리는 언제든 파업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고 공공부문노조 공대위가 이번 총파업에 관한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것이 납득이 간다. 이 나라에서 노동조합들은 그저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말고 교섭과 협의로 할 것을 요구하며 이번 총파업을 예고했던 것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은 단체교섭 사항으로 노동조합과 교섭해서 단체협약을 체결할 일이라고, 근로기준법은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은 노동자와 합의해서 근로계약을 체결할 일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임금에 관한 사항은 노동자(대표)와 합의해서 정해야 한다고 이 나라 법은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사업장의 근로조건에 관해 통일적으로 취업규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근로계약과 단체협약 말고도 취업규칙이 근로조건 기준을 정하는 사업장 규범으로 행세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적어도 종전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과반수노조 혹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94조1항 단서). 그러니 오늘 이 나라에서 성과연봉제를 둘러싸고 사용자는 취업규칙 변경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노동자들은 동의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노동조합이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조합원의 임금 등 근로조건은 단체교섭을 통한 단체협약에서 정해지는 것이라면 취업규칙 변경을 둘러싼 동의 유무로 이처럼 논란을 벌어진다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단체협약에서 정한 것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변경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단체협약에서 정한 사항을 두고서 새삼스럽게 교섭하라며 이를 거부한다고 총파업을 말하는 것조차 성가신 일인 것이다.

4. 그럼에도 우리의 노동조합들은 오늘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 총파업에 돌입하고 있다. 권력과 사용자의 일방적인 성과연봉제 도입에 맞서 노동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총파업이라고 여겨서일 게다. 사용자가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는 사업장이라고 해도-이것은 해당 사업장에서 근로계약과 단체협약에서 임금제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고 이를 사용자가 회사 제규정으로 정하도록 방치해 놓고 있는 사업장에서 법적으로 가능한 일이다-과반수노조의 동의 없이 한 사용자의 일방적인 도입은 위법·무효인 것이니 그걸 저지하겠다고 총파업을 할 일은 아니었다. 정상적으로 근로기준법이 작동하는 나라였다면 말이다. 노동부의 근로감독관과 검찰의 검사가 사용자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수사해서 기소해서 엄단하면 될 일이고, 노조가 파업까지 할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의 나라는 달랐다. 근로기준법을 집행할 노동부가 위법을 안내하고 기재부 등 정부부처가 사용자로서 공공기관들에 일방적으로라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토록 지시·독려하는 나라이니 말이다. 노동자권리를 삭감하려는 권력과 사용자의 일방적인 독주만 있을 뿐이다. 거기서 노동자들은 침묵해서 제 권리를 삭감당하든지, 아니면 권리를 주장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데, 오늘은 총파업으로 자신의 권리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 자본과 권력 앞에서 침묵하는 노동자는 어떠한 권리 주장도 하지 못한다. 이것이 이 나라의 노동현실이다. 어찌 보면 이번 총파업은 권리 주장의 결기를 보여 주는 이 나라 노동자들의 집단 결의라고 볼 수 있겠다.

5. 오늘 노동운동은 결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치기가 아닌 진심, 행동으로 드러나는 결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새로운 노동자권리를 위한 투쟁은 고사하고 오늘 이 나라에서는 노동자권리를 지키는 것에 급급할 뿐이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벌써 10년, 아니 20년이다. 지금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자투쟁을 보라. 익숙한 요구, 뻔한 투쟁만 전개된다. 어제 비난했던 투쟁이 오늘 우리의 투쟁이다. 비판의 말은 난무해도 진정 어린 비판, 행동은 없다. 아 나는 어쩌자고 이런 말을 꺼냈더란 말인가. 행동 없는 주절거림으로 어쩌자고 비난받을 짓을 하더란 말인가. 그런데 말이다. 문제는 이런 투쟁의 가벼움이 아니다. 작고 낮은 거라도 노동자들이 자신의 행동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총파업은 작고 낮은 거라도 노동자들이 함께 행동한다는 것이기에 어떤 노조 활동보다 의미가 있다. 1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남녀 1천45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를 보면, 금융·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과 관련해 국민 10명 중 7명은 노동자와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일방적으로 하지 말라는 이번 총파업의 요구는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는 거라고 말할 수 있는가. 여기서 한마디 이번 총파업에 보태자면 총파업은 노동자권리를 두고서 하는 것이지 국민적 권리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노동자권리를 위해 단결된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 이것을 조합원들이 얼마나 절실하게 인식하고 있느냐가 총파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리고 그 총파업이야말로 성과연봉제에 관해서 어떤 비판보다도 힘센 비판일 수 있다. 오늘 노동운동은 노동자권리를 위해서 노동자를 행동하도록 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저앉아 있다. 결코 비난으로 주저앉아 있는 것은 아니다. 단결해서 행동하면 자신의 권리를 쟁취하고 지켜 낼 수 있다는 걸 총파업으로 보여 줄 일이다. 노동조합은 조합원, 나아가 이 나라 노동자들에게 파업이 무엇인지 보여 줄 일이다. 이것이 법적으로 비난할 수 있는 성과연봉제를 노조가 총파업으로 비난하는 이유라고 나는 믿는다. 그러니 이번 총파업이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으로 진행돼야 할 일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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