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폐업신고를 하고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삼성중공업 협력사 ㈜천일기업 노동자들이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을 요구하며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앞 농성에 돌입했다.

천일기업 노동자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문주민)와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는 17일 오후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자 260명의 7월분 임금 7억원과 퇴직금 20억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천일기업은 1999년에 설립해 2004년 삼성중공업 사내협력사로 등록한 이후 주로 해양플랜트 관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천일기업은 지난달 18일 직원들에게 폐업과 청산 사실을 통보했고, 그달 말에는 삼성중공업 사내협력사 등록을 자진철회했다.

박순 천일기업 대표는 7월 임금과 퇴직금 정산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기다려 달라"거나 "사재를 털어서라도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임금지급일인 이날까지 체불임금은 단 한 푼도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비대위는 "노동자 260명과 가족의 생존이 달려 있는 임금과 퇴직금을 떼어먹으면서 박순 대표 일가족은 회사 돈을 쌈짓돈처럼 썼다"고 주장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박 대표는 2년 전 회사 돈 25억원을 빌려 거제시 사등면 아파트건설에 투자했다가 20억원의 손실을 봤다. 또 자신의 아들을 회사 총무로 앉혀 놓고 올해 1월부터 월급을 300만원에서 800만원으로 인상해 지급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원청인 삼성중공업에게도 책임을 물었다. 천일기업이 부실화된 데에는 원청의 '단가 후려치기'가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얼마 전 박순 대표가 삼성중공업의 단가 후려치기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려 한다는 자필 확인서를 써 줬는데, 그 내용을 보면 '단가(기성금) 삭감 금액'이 50억원에 '수정 추가 미처리분'이 91억원으로 총 141억원이나 됐다"고 말했다.

문주민 위원장은 "결국 천일기업 대표의 부실·비리경영과 원청인 삼성중공업의 불법적인 기성금 삭감, 하청업체 관리부실로 발생한 업체 폐업, 임금체불 피해를 하청노동자들이 당하고 있다"며 "삼성중공업과 천일기업은 체불임금 27억원을 즉각 지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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