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장에서 15년 이상 피혁제품을 염색하는 일을 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 이아무개(35)씨가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공단은 이씨가 유해물질 노출량을 확인하기 어려운 2001년부터 3.02피피엠(ppm) 이상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해 산재로 인정했다. 이번 판정이 과거 유해물질 노출량을 확인하기 어려워 산재 불인정을 내렸던 공단의 산재 판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8일 노무법인 참터에 따르면 공단 청주지사는 지난달 21일 화학약품 취급 과정에서 백혈병에 걸린 이아무개씨에 대해 산재로 인정했다. 이씨는 2001년 충북지역 화학공장 ㅋ사에 입사해 피혁제품을 염색하는 일을 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중국 현지법인 파견근무를 했다. 지난해 1월 청주성모병원에서 백혈병 확진을 받았고 현재 투병 중이다. 같은해 3월 공단 청주지사에 산재를 신청했다.

이씨는 방부제를 혼합용기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됐다. 하지만 2001년부터 2014년까지 공정에 대한 작업환경측정이 이뤄지지 않아 백혈병의 업무연관성을 입증할 자료가 없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공단 청주지사 요청에 따라 지난해 7월 작업장을 방문해 역학조사를 했다. 공단은 포름알데히드가 28%가량 들어 있는 방부제 20리터를 혼합용기에 붓는 작업 중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된 것으로 봤다. 연간 최소 3.02피피엠에서 최대 4.55피피엠의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공단은 “포름알데히드는 근로자의 질병(백혈병)과 충분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작업 횟수가 적더라도 한 번 작업시 순간 노출량이 높은 만큼 (백혈병과)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판정했다.

사건을 담당한 김민호 노무사는 “과거 작업환경측정을 하지 않았고, 노출량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과학적인 추정기법을 통해 과거 누적노출량을 추정할 수 있다”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그동안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노동자들의 백혈병 사건 등에서 과거 화학물질 노출량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산재를 불인정한 공단의 소극적 태도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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