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을 도구 삼아 금융권에 성과연봉제를 확대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임원의 과도한 성과급 지급과 월권을 제한하기 위해 만든 금융사지배구조법 조항의 취지가 시행령 탓에 성과연봉제 도입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 간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임금체계를 시행령으로 강제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28일 논평을 내고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이 박근혜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혁의 한 축인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의 금융권 확산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2조는 금융회사의 보수위원회 및 보수체계를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정하는 임직원의 경우 일정 비율 이상의 보수를 성과에 연동해 일정 기간 이상 이연지급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시행령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임직원'을 '임원 및 직원'(최하위직급,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제외)으로 정했다. 사실상 모든 직원에게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채 의원은 "당초 금융사지배구조법은 임원 및 특정 직원에 대해 성과보수의 일정 부분을 성과평가와 연동해 책임과 직무의 특성에 따라 차등화한다는 정도로 원칙만 제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시행령 제정을 통해 모든 임직원에게 성과연봉제를 적용하려 한 것은 법에서 정한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 일탈행위"라고 비판했다.

사무금융노조는 성명을 내고 "임금체계는 노사 간 자율로 정해야 하는 사항으로 노조 동의를 통해서만 변경할 수 있다"며 "시행령을 통해 강제한다는 것은 노조 무시를 넘어 헌법이 보장한 단체교섭권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노사 자치주의를 훼손하는 시행령 개정투쟁에 돌입할 것"이라며 "시행령을 근거로 성과주의 임금체계 도입을 강요하려는 사용자가 있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금융노조도 성명을 통해 "밀실 시행령으로 노사 자치주의를 능멸하는 금융위원회는 해체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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