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통신케이블 대기업 협력업체에 고용된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서는 원청업체에 단체교섭 의무를 지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용과 처우를 결정하는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는 원청이 고용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법적으로 막자는 주장이다.

류하경 변호사(민변)는 19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간접고용 노동자 권리보장 법제화 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주장했다. 토론회는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변 노동위원회가 공동주최했다. 류 변호사는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실질적 권한이 원청에 있다면 원청사용자가 진짜 사용자”라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개정해 원청에 교섭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과 하청업체가 맺은 단체협약은 번번이 무시되고 있다. 티브로드 전주기술센터와 한빛북부센터에서 협력업체 변경 과정에서 51명이 해고됐다. 티브로드는 해고자들과 고용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해고자 복직과 관련한 논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류 변호사는 원청에 단체교섭 책임을 부여한 2015년 8월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 결정 사례를 근거로 필요성을 강조했다. NLRB는 청소관리 업체의 노사 갈등에 대해 “하청업체로부터 인력을 공급받은 기업은 하청업체 노동법 위반과 노조 단체교섭에 책임이 있다”고 판정했다.

원청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본 사례는 국내에도 있다. 일본계 기업 아사히글라스화인테크노코리아 사건이다. 아사히글라스는 지난 5월 하청업체 세 곳 중 한 곳에서 노조가 결성되자 한 달 만에 도급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계약해지된 하청업체는 지난해 9월 폐업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원청이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정했다.

류 변호사는 지난 4일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을 소개했다. 개정안에는 “근로조건 및 노조 활동에 실질적·구체적 지배력과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는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이 담겼다. 류 변호사는 “허술한 노동법망을 이용해 인건비를 줄여 수익을 창출하려는 기업의 본성을 국가가 제재하지 못한다면 간접고용 노동자는 새로운 형태로 넓게 퍼져 나갈 것”이라며 “실질적 사용자로서 지위를 가지는 원청과 간접고용 노동자의 직접교섭을 제도화하는 것은 지금 당장 마련해야 할 최소한의 보호장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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