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석 기자

“앞으로 인공지능 시대가 오면 일자리가 없어지고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고 합니다.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상품의 생산과 소비라는 경제 원리를 작동시키기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죠. 그뿐일까요? 앞으로 도래할 시대에 기본소득은 인공지능이라는 공유자산 형성에 기여한 개개인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자산, 권리로서 작동해야 합니다. 즉 자신이 기여한 것에 대한 정당한 대가라는 의미죠.”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대표인 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과)는 제16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 두 번째 날인 지난 8일 ‘인공지능과 보편기본소득의 권리’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줄어들 일자리·소득 대체할 기본소득

강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소득의 90%는 이전 세대에 의해 축적된 지식을 활용한 것”이라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경제학자 하버트 사이먼 박사의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금 얻고 있는 소득은 오로지 스스로의 노동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혹은 사회적 노동이 더해진 결과라는 의미를 강조한 말이다.

강 교수는 “(90%라는) 사이먼 박사의 얘기는 일면 과장된 듯했지만 오늘날 인공지능은 바로 그런 시스템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든 지능이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인간처럼 행동한다는 측면에서 인간에게는 기회이자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강 교수는 “인공지능의 핵심은 이해하고 배우는 능력”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더욱더 비슷해지기 위해서는 인간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끊임없이 배우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알파고는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 16만개 기보와 3천만개 데이터를 모았고 페이스북이 만든 인공지능은 사람 얼굴을 인식하기 위해 400만장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활용했다”며 “한 사람의 천재가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의 행동, 감정과 생각이 똑똑한(인간과 유사한)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많은 사람 참여할수록 더 가치 높아지는 인공지능

그는 “구글과 페이스북 운영 원리 역시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예컨대 페이스북은 개발자(운영자)가 사람들이 놀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마음껏 놀라고 열어 둔 곳인데,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이 놀수록 더 많은 이윤이 창출되는 시스템이다. 가치가 사람들의 참여에서 생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익은 모두 운영자가 가져간다.

강 교수는 “인공지능이 앞으로 창출할 엄청난 이윤에는 하드웨어 생산자와 알고리즘(학습시스템) 개발·운영자뿐만 아니라 빅 데이터 형성에 기여한 개개인들의 가치 기여가 담겨 있다”며 “하드웨어·알고리즘 생산·운영 기업에 과세하고 이를 기본소득으로 돌린다면 사회적 기여에 대한 가치를 받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인공지능으로 인해 직업이 사라지거나 인공지능이 만든 물건을 소비하기 위해서만 기본소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며 “기본소득은 인공지능 생산에 참여한 주체로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누려야 할 정당한 권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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