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A초등학교 과학실험원인 이진숙(48)씨는 자칭 ‘홍반장’이다. 영화 <홍반장> 주인공처럼 정보화기기 관리부터 학교 행사장 사진촬영, 각종 행정업무까지 그가 할일은 끝이 없다. 어디선가 무슨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컴퓨터가 고장나 수리기사를 부르거나 프린터 토너를 교체하는 일도 한다. 그가 학교에서 관리하고 있는 정보화기기는 컴퓨터 40여대, 프린터 40여대, 빔프로젝터 3대다. '훈화말씀'을 하는 교장선생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컴퓨터에 옮기고 학교 홈페이지에 올리는 일도 이진숙씨의 업무다. 학생들의 전입·전출 신청서가 양식에 맞게 올라왔는지 확인한 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ICE)에 입력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문제는 업무가 몰리면서 본업인 과학실험원 업무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학실험 중에 업무지시를 받아 교무실로 올라가는 일도 있었다. 이진숙씨는 “학생들 생활기록부에 틀린 점이 없는지 점검해 전산에 입력하는 일이 과학실험원 업무인지 모르겠다”며 “매년 업무는 늘어나고 있는데 정규직 교원과 달리 (업무과부화로 인해 피로를 호소해도) 학교비정규직은 의견을 낼 수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학교비정규직인 과학실험원의 과중한 업무가 논란이다. 20일 여성노조에 따르면 교육청이 교원의 행정업무를 줄이겠다며 비담임교사와 교무행정원으로 구성된 교무행정 전담팀을 만들면서 학교비정규직이 업무 하중이 높아졌다는 호소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진숙씨 같은 과학실험원이다. 이씨는 “교원은 행정업무 전담팀에 들어갈 경우 표창을 받지만 과학실험원은 셀 수도 없는 많은 업무를 하지만 아무런 보상이 없다”고 호소했다.

안현정 노조 사무처장은 "과학실험원·교무행정원이 학교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직무 외 잡무까지 맡아서 하는 실정"이라며 "학교비정규직이 해야 할 업무를 명확히 규정해 이들의 업무하중을 덜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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