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금융연맹

정부가 8일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국책은행이 참여하는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12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자본확충펀드에 국책은행인 한국은행이 10조원가량을 넣는 방식인데, 이 방안이 한국은행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업구조조정 및 한국판 양적완화 논의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한국은행을 동원한 자본확충펀드는 경제원리에 부합하지 않고 한국은행법 위반 소지가 커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는 사무금융연맹이 주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할 경우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정부가 남발한 공적자금과 기업부실 책임을 국민이 지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본확충펀드는 위법”

정부는 11조원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이 자금지원 요청을 할 경우 투입할 계획이다. 자본확충펀드에 한국은행과 IBK기업은행이 각각 10억원과 1억원의 자금을 대출한다. 한국은행이 대출한 돈을 기업은행이 운용해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전성인 교수는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펀드 조성에 참여하는 것이 한국은행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법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금융기관 외 영리기업에 대출해 줄 수 없다. 그래서 한국은행이 자금을 조성할 수 있도록 도관은행(한국은행의 돈이 흘러나가는 파이프 역할을 하는 은행)으로 기업은행을 뒀다. 기업은행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받기 위해서는 유동성이 악화돼 있는 상황이거나 1년 이내에 이를 상환하는 단기대출 조건이어야 한다.

전 교수는 “기업은행은 유동성 제약에 직면해 있지 않아 한국은행법 64조에 근거한 단기대출 조건으로 자금을 받아야 한다”며 “만기 1년 이내 대출 조건으로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지원하는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은 대단히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교수는 “최장 1년 이후 한은이 도관은행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만기를 수차례 연장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한국은행법 취지를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금으로 산업·수출입은행 살리기”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 대행과 박상인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 역시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에 우려를 나타냈다. 조선업과 해운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금 지원을 위해 통화량 증가로 물가가 올라가고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김성진 소장 대행은 “특정 분야를 선별해 국가와 국민의 돈을 집어넣어 산업은행 자본을 늘리기를 하는 것일 뿐”이라며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서 자본금을 메워 줄 경우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 소득의 감소라는 부담을 국민 모두가 나누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인 위원장은 “국책은행이나 공공기관이 부실기업에 대한 대출과 회사채 매입액 대부분을 충당해 재벌기업에 대한 도덕적 해이를 심화시켰다”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부 구조조정이 공적자금 투입 효과와 책임소재를 불분명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국책은행과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 구조조정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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