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운·조선업종의 자구노력을 통한 구조조정을 유도하면서 최대 12조원의 자금을 확보해 이를 뒷받침한다.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해 산업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로 삼는다.

조선업 3사는 10조3천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정부에 제출했다. 기업별 자구책이 마련되고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산업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부는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참석했다.

◇스스로 생존 못하면 법정관리=유일호 부총리는 이날 회의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철저한 자구계획과 손실분담’을 구조조정 원칙 중 하나로 지목했다. 기업 스스로가 자구노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도록 최대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해운업의 경우 현대상선은 △자산매각 △용선료 협상 △채무조정이 가시화할 정도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 부총리는 “현대상선은 얼라이언스(해운동맹) 편입을 지원하고 초대형·고효율 선박 신조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자구노력에서 뒤처지는 한진해운에 대해서는 “실패한다면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법정관리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에도 이런 원칙이 적용된다. 정부는 그동안 조선 3사에 자구책 마련을 압박했다. 조선 3사는 현대중공업 3조5천억원·삼성중공업 1조5천억원·대우조선해양 5조3천억원 등 10조3천억원 규모의 자구책을 내놓았다. 이들 기업은 설비·자회사 매각, 임직원 임금반납과 인원 축소 등을 통해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는 자구노력이 없으면 자금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필요시 각 기업에 더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을 요구할 수도 있다”며 “중소조선사에는 추가 신규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 경우 개별회사 처리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생존하지 못하면 법정관리에 맡기겠다는 얘기다.

◇해운·조선 구조조정에 5조~8조원 필요=정부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업 유동성 위기와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에 대비해 최대 12조원의 자금을 준비한다.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시나리오가 최악으로 흐르면 5조~8조원 수준의 국책은행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이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9월까지 수출입은행에 1조원을 현물 출자하고 내년 예산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자본확충 소요를 반영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은행과 함께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간접출자 방식으로 국책은행 자본을 늘린다.

정부는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더불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두 은행 임원 연봉삭감과 전 직원 임금상승분 2년간 반납, 성과연봉제 확대 시행과 더불어 9월까지 인력·조직 축소를 포함한 조직·인력 쇄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유일호 부총리는 “기업 구조조정과 산업개혁은 한국 경제 생존과 재도약을 위한 선택지 없는 과제”라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조선·해운업과 철강·유화 등 현안산업에 대한 산업경쟁력 제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