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를 목적으로 한 사측의 노동자 괴롭히기를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정이 잇따르고 있다.

1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해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양우권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이지(EG)테크분회장의 죽음을 업무상사망으로 판정했다. 노조 유성기업지회 소속 박아무개 조합원의 우울병에 대해서도 업무상질병을 인정했다.

고 양우권 지회장은 사측의 노조탈퇴 강요가 이어지면서 우울증과 수면장애에 시달리다 2011년 치료차 병원에 갔다가 근무지 무단이탈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 정직 기간 중 출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같은해 4월 징계해고를 당했다. 분회장에 당선된 뒤 1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1·2심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뒤 2014년 5월 회사에 복직했지만 애초에 일했던 현장직이 아닌 사무직으로 발령받았다. 사측은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는 노트북 한 대를 주고 고인을 책상 앞에 앉혀 놨다. 이렇게 1년을 견뎠다. 고인은 부당함을 알리고자 휴대전화로 자신의 책상을 찍었다가 지난해 5월 2개월 정직 징계를 받았다. 징계를 받은 고인은 같은달 10일 오전 전남 광양 자택 인근 공원에서 목맨 채 발견됐다. 고인은 "똘똘 뭉쳐 끝까지 싸워서 정규직화 소송, 해고자 문제 꼭 승리하라"며 "멀리 하늘에서 연대하겠다"는 유서를 남겼다. 이지테크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가 회장으로 있는 이지그룹 계열사다.

서울질판위는 고인의 죽음에 대해 "해고와 복직이 반복되는 과정, 사용자의 법적대응 및 징계처분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우울증이 발생했다"며 "악화된 우울증으로 인한 심신미약의 상태 내지 정신적 판단 저하상태, 정신병적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고인의 죽음을 업무상사망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유성기업지회 조합원 박아무개씨도 같은날 산재를 인정받았다. 박씨는 유성기업 노조파괴 사태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병원에서 '중증도의 우울병 에피소드' 진단을 받았다. 3개월 이상 지속적인 치료를 요한다는 의사 소견이 나왔다. 박씨의 산재 인정으로 유성기업에서는 모두 7명의 노동자가 우울병·스트레스 반응 등을 이유로 산재 승인을 받았다.

오진호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노조파괴가 노동자를 죽이고 병들게 하는 질병이라는 점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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