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정부가 19대 국회에서 이른바 노동개혁 입법이 무산된 것에 대해 연일 “참담하다”는 심정을 밝히고 있다. 여소야대인 20대 국회가 개원하더라도 노동입법을 둘러싼 여야 또는 노정 간 대립·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계는 야당과 공조해 법안 처리와 함께 성과연봉제·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빠른 시일 내에 당정협의를 거쳐 노동개혁 법안 재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노동 4대 법안, 패키지로 재입법?=이날 이기권 장관은 “19대 국회에서 노동개혁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되는 상황을 맞아 가슴이 아프다”며 “노동개혁은 우리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저성장-저고용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노사정이 공감해 추진한 것이기에 시급히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브리핑을 갖고 “노동개혁은 일자리 개혁인데, 19대 국회에서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며 뜻밖의 눈물을 보였다. 김 수석은 이어 “20대 국회에서는 노동개혁 법안을 통과시켜 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장관과 김 수석은 20대 국회에서도 노동 관련 4대 법안을 패키지로 처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장관은 분리입법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이 (패키지 처리를) 원한다”고 주장했고, 김 수석은 브리핑에서 “노동개혁법은 하나의 패키지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총선 민심 배반한 악어의 눈물=노동계는 "청와대와 정부의 노동개혁 4대 입법 재추진은 총선 민심을 저버린 행위"라고 비난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양대 노총 간 연대나 정치권 공조를 통해 노동개혁 입법을 저지하고 성과연봉제·공정인사 지침 도입을 무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해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가 힘을 모으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감시단을 꾸려 정부 횡포에 대응하고 있다”며 “20대 국회가 개원하면 야당과 공조해 노동악법 저지와 성과연봉제·저성과자 퇴출제를 저지하는 싸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영 한국노총 대변인은 김현숙 고용복지수석의 눈물에 대해 “악어의 눈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노사정 대타협을 이야기하면서 협치의 ‘협’자도 모르는 청와대와 노동부의 일방적 주장에 분노를 넘어 측은한 마음까지 든다”고 비꼬았다.

김 대변인은 “정부·여당이 추진했던 노동법 개정 주장은 정치권과 노동자를 설득하지 못했고 총선 결과를 통해 국민도 설득하지 못했음이 확인됐다”며 “똑같은 주장과 논리로 20대 국회에서 노동법 개악을 시도한다면 갈등만 깊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조조정에 '협력' 요구하면서 '협의'는 반대?=이날 노동부는 조선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신청이 접수됐고 검토 절차를 밟아 나가고 있다”며 “지정 전이라도 고용유지지원금·취업성공패키지 같은 현행 제도를 활용해 지원하고 자치단체·유관기관과 협력해 생계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기권 장관은 “노사의 협력적 구조조정만이 상호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 기업 회생과 근로자 고용안정을 약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노동계가 요구하는 노사정 조선산업발전전략위원회 구성 요구에 대해서는 “개별기업 노사가 자신들의 실정에 맞게 자구책을 마련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맞지, 사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면서 부정적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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