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에 삼탕."(한국노총) "총선용 생색내기."(민주노총) "불법을 합법으로 용인하는 사기 대책."(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고용노동부가 7일 '기간제근로자 고용안정 가이드라인'과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내놓자 노동계에서 쏟아진 평가다. 총선을 앞두고 뜬금없이 발표된 선거개입 대책인데, 내용도 없다는 혹평이다.

한국노총 "재탕·삼탕에 실효성 없어"

한국노총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으로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는 점에서 실효성 문제와 함께 노동계가 지적해 온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은 채 기존 대책을 재탕했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총선을 앞두고 비정규직 보호라는 거창한 제목으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꼼수"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업주들은 2년 이상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간제·사내하도급 노동자도 복리후생 등에서 정규직과 불합리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노동부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원 활동과 근로감독을 통해 가이드라인 준수와 이행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사업장 근로감독시 차별행위를 점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기간제 근로자는 근무기간에 관계없이 전환 대상자'라는 원칙 아래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정규직 전환 대상자로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정규직 보호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간제 근로자의 임금·근로조건·복리후생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권, 사용자의 성실한 고용공시의무 같은 사업자의 고용형태 개선을 위한 노력 의무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사내하도급 문제도 법률상 불법도급의 판단기준을 명확화하고 합법도급의 법적기준에 해당되지 않으면 위장도급 또는 불법도급으로 간주하고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실효성 없는 가이드라인을 폐기하라"며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 △원청사용자 책임 인정 △특수고용 노동 3권 보장 △상시·지속적 업무에 정규직 고용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한심한 총선용 대책"

민주노총은 "총선용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강제할 방책이 없는 권고로 비정규직 고용안정과 차별 해소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가당치도 않다"고 주장했다.

무기계약 전환을 피하기 위해 외주화·도급화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한 대책은 빠져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파견·용역노동자 사용을 확대하는 '풍선효과'에는 눈을 감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풍선효과는 공공부문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12년 공공기관 기간제는 24만9천614명, 간접고용은 11만641명이었다. 같은해 정부가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의 무기직 전환 대책을 발표한 이후 기간제는 매년 꾸준히 감소했다. 2013년에는 23만9천841명, 2014년에는 21만7천902명이다. 이에 반비례해 간접고용은 2013년 11만1천940명, 2014년에는 11만3천890명으로 늘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공공부문 기간제 비정규직이 줄어든 이유는 무기직 전환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주화에 따른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늘고 있는 것에도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총선용 정책발표로 생색내기를 하기 위해 한심한 대책을 내놨다"며 "기간제 비정규직을 보호하려면 상시·지속업무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전환·고용하도록 노동 관련법을 개정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비없세도 "가이드라인은 실효성이 전혀 없고,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불법을 합법으로 용인하는 내용"이라며 "사내하도급 노동자는 파견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할 대상"이라고 논평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을 제조업까지 확대해 청년들을 ‘평생 비정규직’으로 만드는 노동개악을 추진했다"며 "청년들과 비정규 노동자들의 분노가 거세자 선거 막판에 마치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것처럼 정책을 발표했다. 사기치지 말고 비정규직 죽이는 노동개악 시도나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라"고 비꼬았다.

배혜정 기자
제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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