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텔레콤(옛 온세텔레콤)이 민주노총 소속 지부를 와해시키기 위해 조합원 탈퇴를 유도하고 지부 간부를 회유·겁박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고용노동부와 검찰 수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사실이 드러나 벌금을 물고서도 최근에는 지부 조합원 전원을 신생 영업부서에 발령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노조 관여하는 것은 불법인 줄 안다, 그래도"

31일 공공운수노조 온세텔레콤지부(지부장 정성욱)에 따르면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최근 검찰로부터 노조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구약식 처분을 받았다. 세종텔레콤은 온세텔레콤을 인수·합병한 뒤 지난해 3월 회사 이름을 세종텔레콤으로 변경했다. 세종텔레콤에는 온세텔레콤지부와 기업별노조인 세종텔레콤노조가 활동하고 있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인수·합병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부터 온세텔레콤지부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지부가 이날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회장은 인수·합병 전인 지난 2014년 10월25일 세종텔레콤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노조 정책에 관여하는 것은 불법인 줄 압니다만 정직하게 말씀 드린다"며 "저는 자본을 인정하지 않는 민주노총은 절대로 우리 회사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저를 고발하더라도 그건 제가 감당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회장은 발언은 허언으로 끝나지 않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3월부터 정성욱 지부장에게 지부 해산 혹은 세종텔레콤노조로 통합할 것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인사팀장 자리를 맡아 달라는 회유도 이어졌다.

지부장에게 "지부 해체, 인사팀장 맡아 달라"

김 회장과 지부의 갈등은 지난해 5월부터 본격화했다. 김 회장은 2014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장에 들어와 "노조 직원들하고 여기 있는 임원들이 일 안 하고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어도 되느냐"며 교섭을 사실상 거부했다. 같은달 노조 간부들과의 간담회에서 그는 "온세텔레콤노조(지부)를 해체하라"고도 말했다. 사측이 임금협상을 앞두고 기업별노조인 세종텔레콤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만들기 위해 지부 조합원 빼 가기를 시도하거나 탈퇴를 종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6월 기준 온세텔레콤지부와 세종텔레콤노조의 조합원은 각각 146명과 69명이었다. 온세텔레콤지부가 제1노조 지위에 있자 사측은 두 노조와 개별교섭을 벌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다 10월께 세종텔레콤노조 조합원이 과반을 넘자 사측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노조를 교섭대표노조로 인정했다. 지부 조합원은 82명으로 줄었고, 노조 조합원은 90명으로 늘어났다. 정성욱 지부장은 "임금협상 기간에 사측은 지부를 탈퇴하지 않는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는 등 노조 탈퇴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며 "세종텔레콤노조와 사측이 체결한 단협에 따라 노조 가입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 경영관리본부 직원들까지 가입시키는 등 사측이 노조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과 세종텔레콤의 부당노동행위는 노동부 근로감독과 검찰 수사에서 사실로 확인됐다. 지부는 지난해 7월 김 회장 등을 단체교섭 해태·거부와 노조활동에 대한 지배·개입 의혹 등 노조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동부지청에 고소했다. 동부지청은 같은해 11월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 검찰은 올해 3월 김 회장을 500만원 벌금형으로 구약식 처분했다.

지부 조합원 전원 신생 영업팀 발령, 부당전보 논란

그런데 노동부·검찰 수사 중에도 노조 탄압 행위는 계속됐다. 세종텔레콤은 올해 2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매스(MASS) 영업팀을 신설했다. 노조 전임자 신분인 정 지부장을 제외하고 남아 있는 온세텔레콤지부 조합원 10명 전원이 새 부서로 발령났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구동훈 노무사(노무법인 현장)는 "영업경험이 없는 조합원들을 영업부서로 발령 낸 것은 저성과로 낙인 찍은 뒤 결국 전원 해고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측 관계자는 "올해 초 모든 직원들을 매스영업팀으로 우선 모은 뒤 지원부서에 따라 새로 인사발령을 냈는데 현재 남아 있는 직원들은 아직 발령을 받지 못해 그대로 있는 상황"이라며 "회사가 별도의 특별한 부서를 만들어 노조 간부들에게 불이익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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