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산업노동조합(준)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마트 노동자가 피켓을 들고서 있다. 정기훈 기자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국내 빅3 대형마트 노조로 이뤄진 ‘마트산업노조 준비위원회’가 15일 출범했다.

준비위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마트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실현하고, 대형유통업체의 갑질로부터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며, 중소상공인과의 실질적 상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다. 준비위는 올해 안에 마트산업노조를 출범시키기 위해 3사 연대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저임금·간접고용 심각=‘2014 유통업체 연감’에 따르면 국내 7대 대형마트 가운데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가 전체 점포수 대비 77.3%, 매출액 대비 80.3%를 차지한다. 해당 업체 직영노동자는 7만6천명, 매장에 파견돼 일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는 직영 규모의 세 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유통업계는 국내 중·대형 마트 소속 직영·협력업체 노동자가 5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형마트업계는 1996년 국내 유통시장이 전면 개방된 뒤 무서운 성장세를 그리며 사세를 키웠다. 각 업체는 전국의 요지마다 경쟁적으로 매장을 열었다. 현재 360여개 대형마트가 매출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형마트업계 성장세가 주춤해진 것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업체 간 과당경쟁이 부른 필연적 결과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도 마트업계의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업계는 유통산업발전법 제정에 따른 규제강화가 마트업계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각 업체들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저임금과 간접고용 확대방침을 유지했다.

빅3 업체 노동자의 시급은 올해 법정 최저임금(시급 6천30원)과 비슷하다. 이마트 6천150원, 홈플러스 6천30~6천130원, 롯데마트 6천400원(하루 7시간 근무 조건)이다. 기본급 외에 수당이 거의 없기 때문에 매년 진행되는 최저임금 협상은 마트노동자들에게 임금협상과 같은 무게로 다가온다. 매장 오픈 준비시간 같은 자투리 노동이나 퇴근 후 초과근로가 비일비재하다. 명절 대목 때 연장근로가 빈번한데도 금전적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간접고용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대형마트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7명은 직영사원이 아니라 협력업체에서 파견된 노동자다. 그나마 협력업체 정규직은 거의 없고, 대부분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마트에 취업한다. 이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처지다. 더구나 갑사인 대형마트 관리자들로부터 상시적으로 업무지시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탓아 불법파견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이들이 ‘을 중의 을’로 불리는 이유다.

◇회사도 갑질, 고객도 갑질=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이 물리적 고통에 해당한다면, 고객들을 상대하며 느끼게 되는 ‘감정노동’은 마트노동자들의 마음을 멍들게 한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해 백화점·면세점·대형마트·로드숍에서 일하는 유통산업 종사자 1천248명을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절반 가량이 ‘감정노동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고객을 응대할 때 자존심이 상한다” “퇴근 후에도 응대로 인한 힘든 감정이 남는다” “고객을 상대하며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현재 빅3 업체 중 유일하게 홈플러스 노사가 단체협약에 ‘감정노동자 보호조항’을 마련한 상태다. 단협에는 △고객의 직원 폭행시 회사가 적극적으로 구제절차 마련 △고객 불만이 집중되는 고객센터에 폭언·폭행 예방조치 시행 △고객에 의한 폭언·폭행시 상급자가 응대 △고객의 심한 폭언으로 감정적 훼손이 인정될 경우 1시간의 마음관리시간 제공, 해당 고객과 2차 대면 금지 △노사 협의로 심리치료 프로그램 개발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개별 기업 노사의 노력만으로 감정노동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고객 대면업무를 기본으로 하는 마트업무의 특성을 고려할 때 노사의 자발적 노력보다는 제도적 개입이 유효하다는 것이 노동계 주장이다. 이날 출범한 마트산업노조 준비위가 감정노동자 보호법 제정을 주요 과제로 제기한 이유다.

전수찬 이마트노조 위원장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심각한 감정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빅3 업체에 잇따라 민주노조가 설립됐지만, 각 업체는 노조활동 탄압과 노조간부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마트산업노조 준비위 출범이 마트노동자 권익보호를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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