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은행에서도 투자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이 ISA 업무에 한해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숙원을 해결해 준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은행에 투자일임업이 허용되지 않아 투자자들이 은행에서는 일임형 ISA에 가입할 수 없어 선택권을 제약하고 불편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ISA 업무에 한해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러 금융상품을 하나의 계좌에 담아 운용하면서 세제혜택을 받는 ISA는 가입자가 포트폴리오를 결정하는 '신탁형'과 금융사가 고객위임을 받아 알아서 상품과 비중을 정하는 '투자일임형'으로 나뉜다. 신탁형은 은행과 증권사가 모두 팔 수 있지만, 투자일임형은 증권사만 팔 수 있어 그간 은행권에서는 투자일임형 판매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은행은 신탁형 ISA만 판매할 수 있다. 이 경우 모델포트폴리오도 제시할 수 없고, 상품내용도 홍보할 수 없다. 반면 투자일임형 ISA는 고객위임을 받아 금융사가 알아서 자금운용을 할 수 있다.

금융위는 다음달 초 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은행 겸영업무에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ISA에 한정된 투자일임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또 온라인으로 일임형 ISA를 가입부터 해지까지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온라인 계약체결을 허용하되 분산투자 의무, 모델포트폴리오 금감원 사전보고 같은 제도를 마련해 투자자를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해 은행과 증권 간 칸막이를 제거했다"며 "사업자 간 경쟁과 혁신을 통해 국민재산 증식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최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것은 국내 금융업 체계의 근본을 흔드는 행위"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경수 사무금융노조 대외협력국장은 "은행과 증권 간 규제 칸막이 때문에 그나마 유조선이 안전하게 운행해 왔던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칸막이를 없애고 겸업을 허용하면 한쪽으로 배가 기울어 결국 터져 버리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객유치 경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럽게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판매 개시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1인당 목표치를 주고 고객리스트를 제출하라는 압박이 거세다"며 "실적 압박이 클수록 불완전판매에 대한 걱정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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