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서 일하다 난소암에 걸려 2012년 숨진 이아무개씨가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발병한 직업성 암 가운데 난소암이 산재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박연욱)는 지난 29일 난소암으로 사망한 이아무개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부친이 2013년 5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지 2년8개월 만에 1심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씨는 1993년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 입사해 6년2개월간 근무했다. 99년 6월 퇴사했는데, 잦은 구토와 복부팽만 증상을 호소했다. 2000년 순천향대 천안병원에서 난소암 확진판정을 받았다. 2004년 좌측 난소 종양을 제거했다. 하지만 2011년 직장과 방광 등으로 암세포가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은 뒤 2012년 1월 사망했다. 사망 당시 36살이었다. 이씨의 유가족은 2012년 4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다.

공단은 2013년 2월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난소암과 관련이 있는 석면·탈크 등이 공정에서 취급되지 않아 업무관련성이 낮다”며 불승인 판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씨가 근무한 금선연결 공정에서 유해물질인 에폭시수지 접착제가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접착제에는 포름알데히드(발암물질)와 페놀(생식독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페놀은 생식독성 물질이다. 법원은 이씨가 호흡기를 통해 유해물질을 흡입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작업장에서 근무하면서 유해 화학물질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으로 보이고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며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며 “유해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망인에게 난소암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난소암은 삼성전자가 설립한 반도체 백혈병 보상위원회의 보상대상 질병 중 3군에 속한다. 유족들이 보상위에 보상신청을 할 경우 치료비 수준의 보상을 받는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치료비뿐 아니라 최소한의 생계비는 보장돼야 한다”며 “삼성전자의 독단적인 보상절차에 문제가 있는 만큼 일방적으로 정한 보상기준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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