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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의 일자리 관심과 노동개혁 확장 과제
▲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일자리 문제는 오늘날 자타공인 모든 나라의 경제와 정치 교집합의 핵심을 이루는 이슈가 돼 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노동장관회의는 지구촌의 그러한 뜨거운 정황을 잘 전달해 준다. 우연한 기회에 이번 행사를 참관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달 14일과 15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 행사. 첫날에는 ‘노동의 미래’라는 매우 근본적인 주제를 놓고 대규모 포럼이 진행됐다. 둘째 날은 OECD 회원국 대표단(고용·노동·사회정책 담당 부처 수장급)이 각각 자국의 정책경험을 발표하고 나누고 마지막에 공동 선언문을 채택하는 식으로 채워졌다.

이번 회의의 모토는 노동시장의 ‘복원과 포용’이었다. 복원이라 함은 경제위기로 노동시장이 얼어붙은 이후 그것을 어떻게 다시 정상 상태, 즉 고용의 양과 질 측면에서 위기 이전 상황으로 회복되도록 하는 것이다. 포용은 오늘날 분화돼 있는 고용형태, 분절돼 있는 노동시장 약자들을 최대한 노동시장 안으로 끌어안으며 가는 것이다. 포럼에서도 그리고 장관회의에서도 각국 참가자들은 이러한 가치를 공유했고, 더불어 자국 내지 자기업에서 어떻게 그러한 지향들을 실현시켜 냈는지 경험들을 나눴다.

지켜보면서 흥미로웠던 점들 몇 가지를 나눠 보면 첫째, 포럼에서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노동에 가하는 충격의 부정성에 우려도 표했지만, 적지 않은 논자들이 그것을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었다. 예컨대 산업재해 우려가 큰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첨단기계 도입을 통한 인간노동 대체는 반드시 그것을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만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고용형태 분화를 통해 프리랜서와 같이 기존 고용방식에서 이탈한 모습의 일하는 방식이 나타나는 것, 그리고 누구나 등록해서 파트타임으로 택시업을 수행할 수 있는 우버택시 같은 소위 공유경제 대두 등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관심을 두고 있었다.

셋째, 이곳이 OECD인지 국제노동기구(ILO)인지 헷갈릴 정도로 사회적 대화와 단체교섭, 이해대변 방식의 확장·강화에 대한 논의가 적지 않게 이뤄졌다. 특히 프리랜서나 공유경제 같은 새로운 업무방식이 기존 노동시장 규제방식이나 노사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대해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적지 않은 논자들이 새로운 조건에서의 노동보호 확대와 노사관계 활성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OECD가 정부들의 연합체라는 점에서 사실 각국 정부 대표들은 대부분 자국 정책 가운데 좋은 점 위주로 선전했고 그 내용은 그냥 이야기만 들어서는 많이 비슷했다. 이러한 면은 OECD라고 하는 기구의 본원적 한계라고 생각된다.

다만 미국의 페레즈 노동부 장관이나 독일 나알레스 노동사회부 장관의 경우 모두 최저임금 인상·도입이 고용전반에 끼치는 긍정적인 면들을 강조한 것은 귀 기울일 만한 진술이었다. 입법만으로 문제를 풀려 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독일의 경우는 기업과 산업에서 활성화돼 있는 공동결정과 사회적 대화 관행이 오히려 입법가들의 결정을 쉽게 만들어 준다는 진술도 의미심장했다.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선진국들이 경제를 논하면서 이렇게 고용을 강조하는 상황은 한국의 일자리 정책이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한다. 많은 이들이 지적해 왔듯이, 지금의 노동개혁은 우리에게 가해지는 쓰나미급 도전들, 일하는 방식의 변화와 관련한 새로운 요구사항과 현상을 대처하기에 너무나 협소한 주제들에 갇혀 쟁점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의 미래는 일하는 사람들의 미래고 결국 그 사회의 미래다. 이 시대 노동개혁은 보다 선제적이고 발본적으로 대두하고 있는 변화들에 대처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는 식으로 디자인돼야 한다. 그것은 노동 이해대변 확장과 노동체제 민주화 심화 과제와 결코 동떨어질 수 없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mjnpark@kli.re.kr)

박명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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