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국회 운영위원회를 단독으로 열어 재적의원 과반수 요구가 있으면 직권상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스스로 폐기했다. "위원회에서 폐기된 법안은 7일 이내에 의원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그 의안을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는 국회법 제87조를 근거로 개정안을 곧바로 본회의에 부의하려는 꼼수라는 비난이 거세다.

운영위는 18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이달 11일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을 부결 처리했다. 이날 회의에는 새누리당 의원 15명만 참석했다. 운영위 야당 간사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는 회의 일정조차 통보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부결시킨 국회법 개정안은 직권상정 요건에 "재적의원 과반수 본회의 부의 요구"를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2년 5월 국회를 통과한 소위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다. 현행 국회법은 교섭단체대표끼리 합의해야 직권상정을 할 수 있다.

운영위 새누리당 의원들의 돌출행동은 정의화 국회의장의 반대로 노동 5법과 경제활성화 법안의 직권상정이 불가능해지면서 다른 활로를 찾으려는 몸부림에서 비롯됐다. 국회법(87조)은 상임위에서 부결된 법안도 30인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임위가 특정 정당에 의해 장악돼 생길 수 있는 폐단을 줄이려는 취지다.

새누리당의 노림수는 뻔하다. 상임위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셀프 폐기'한 뒤 30인 이상 요구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시키는 것이다. 새누리당 의석수는 156석이다. 국회법이 개정되면 이론상으로 새누리당이 통과시키지 못할 쟁점법안은 없다. 본회의에 직권상정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조치는 법적 효력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법에 따라 의사일정은 여야 간사가 협의해 정하도록 하고, 안건 심사도 전문위원 검토보고 등을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법에 근거된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법안을 날치기로 처리한 것은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비판했다.

한편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부결 처리했다”며 “이번주에 30인 이상 요구로 본회의에 개정안을 부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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