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9·15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 파기 여부를 결정하는 중앙집행위원회를 11일 개최하는 가운데 노사정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중앙집행위 분위기는 노사정 합의 파기 쪽으로 균형추가 급격하게 무너진 상태다. 한국노총 지도부의 노사정 합의 파기 의지가 강한 데다, 합의에 찬성했거나 중립(기권)을 지켰던 중집위원 중 일부가 입장을 바꾸면서 노사정 합의 파기는 기정사실로 인식되고 있다.

근저에는 한국노총 지도부의 인식 변화가 깔려 있다. 지난해 9월14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안)을 승인할지를 놓고 열린 중앙집행위 찬반투표에서는 불참 1명을 제외하고 10명 모두가 찬성에 몰표를 던졌다. 당시 찬성표를 던졌던 중집위원 32명 중 3분의 1이 한국노총 지도부였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노총 한 부위원장은 “당시에는 일반해고·취업규칙 지침 일방시행을 막아 내는 것이 중요했고 지도부가 단일한 입장을 견지하기 위해 찬성표를 몰아줬다”며 “그러나 정부가 이미 지침을 모두 발표했고 노사정 합의를 스스로 파기한 상황에서 이를 유지하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중집위원인 산별연맹·노조 위원장과 지역본부 의장들 사이에서도 이런 의견이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쟁점은 노사정 합의 파기 여부보다는 적극적 파기냐, 소극적 무효 선언이냐로 옮겨 가고 있다. 한국노총은 현재 상황을 “정부·여당이 합의를 이미 파기한 상태”로 인식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9·15 노사정 합의 다음날 합의정신과 동떨어진 노동 관련 5대 법안을 당론발의하고 고용노동부도 같은해 12월 일반해고·취업규칙 지침을 일방 발표하면서 합의가 이미 깨졌다는 설명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법안과 지침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정부·여당에 수차례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미 합의가 깨진 상태인데 파기를 논의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11일 중앙집행위는 노사정 합의 파기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무효가 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향후 투쟁계획을 마련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 합의 파기를 줄곧 요구했던 산별연맹·노조들은 노사정 합의 백지화 혹은 무효 선언 같은 소극적 표현이 아니라 "파기"라는 적극적·주체적 표현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산별연맹 위원장은 “정부가 노사정 합의를 파기한 만큼 무효라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노총 이름을 걸고 주체적으로 파기 선언을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한국노총의 자존심을 세워야 향후 투쟁에 적극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중앙집행위에서 노사정 합의가 깨졌다는 점이 확인되면 곧바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고 전면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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