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한국노총 단위노조 대표자 연석회의와 민주노총이 노동개악 저지를 위한 천막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과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을 비롯한 한국노총 노조 대표자들이 천막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위쪽 사진) 민주노총 대표자 천막농성장 모습.(아래쪽)

절기상 가장 춥다는 소한 즈음이라 그런지 서울 여의도에 칼바람이 분다. 외투를 싸매고 뛰어들듯 들어간 한국노총 단위노조 대표자 연석회의 천막농성장이 구들방처럼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다.

<매일노동뉴스>가 7일 오전 찾은 농성장에서는 화학노련과 공공연맹 간부들이 노조 관련 업무를 보고 있었다. 강추위였지만 농성장을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노동계뿐만 아니라 정치권 관계자들도 삼삼오오 짝을 이뤄 천막에 들렀다.

천막농성장은 노동계 연대의 장

천막농성장은 '양대 노총 연대의 장'으로 불렸다. 연석회의와 양대 노총 제조부문 공동투쟁본부가 같은 천막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금속노련·화학노련·공공연맹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금속노조·화학섬유연맹이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가스난로를 사이에 두고 왼쪽에는 연석회의가 오른쪽에는 두 연맹과 공공운수노조가 자리를 잡았다. 노점에서 끌어온 전기를 나눠 쓰는 처지다. 공동농성장 옆에는 민주노총 농성장도 설치돼 있다.

분위기는 차분했다. 노동 관련 5대 법안을 직권상정하라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압박이 거세지는 12월 임시국회가 막바지에 이른 데다, 한국노총이 11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 합의 파기를 논의하겠다고 예고한 탓이다. 직권상정 여부를 두고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맞서는 모습을 보며 안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임시국회 끝까지 보자" 철거시한 늦춰

이날로 18일째 농성장을 지킨 연맹 간부들의 표정에도 여유로움이 배어났다. 8일까지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노동 5법이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일부 산별연맹 위원장들은 최근 농성장을 방문해 “금속·화학·공공연맹이 한국노총을 살렸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연석회의 관계자는 “정부가 노동개악을 추진하는데 손 놓고 있을 수 없으니 길바닥에서라도 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석회의는 농성 참여의사를 밝히는 조합원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천막농성장을 하루 더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애초 연석회의는 8일 오전 해단식을 갖고 천막을 철거하려다 수도권 조합원들이 9일 새벽까지 농성장에서 노동 5법 통과 없이 임시국회가 마무리되는 것을 보겠다고 요청하자 철거시한을 하루 연장했다.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훗날 역사의 심판을 받을 텐데 한국노총도 역사의 죄인으로 남을까 걱정”이라며 “길에서 노숙이라도 하면서 싸워야 덜 창피하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버텼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노총이 천막농성을 이어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농성장에서는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를 파기할 수 있을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노동부가 지난달 30일 일반해고 가이드북 초안과 취업규칙 변경 지침안을 발표한 만큼 파기를 미룰 수 없을 것이라는 예측과 한국노총 중집위원들이 파기를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했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지금 상황을 직시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며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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