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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기고-노동자가 말하는 노동 5법의 미래] 장시간 노동 부르는 저임금은 개혁되지 않았다최민기 금속노조 조합원
편집부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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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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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개혁 5대 입법’이라고 쓰지만 노동자들은 ‘노동개악 5대 입법’이라고 읽는다. 비정규직을 늘리고, 해고를 쉽게 하며,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조합원과 현장 노동자들이 새누리당 노동입법에 대한 입장을 글로 보내왔다. <매일노동뉴스>가 하루에 한 편씩 지면에 소개한다.<편집자>


사람들은 조장이 일도 제대로 안 하고 구석에서 게임할 궁리만 한다며, 뭐 하나 관리자답지 못하다고 투덜댄다. 그러나 그런 조장도 꽤나 힘이 막강하다. 수도권에 위치한 공단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관련 부품을 생산하는 사업체에서 일하는 우리는 조장을 험담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조장 앞에 고개를 숙인다. 그가 특근 명단을 짜기 때문이다. 일주일마다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에 눈두덩은 늘 거무튀튀하고 얼굴은 푸석푸석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버틴다. 잔업수당과 야간수당에 휴일 특근수당이라도 더 받아야 겨우 오늘을 살고 아슬아슬하게 내일을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창 바쁠 땐 한 달에 이틀만 쉰다. 대략 370시간 넘게 회사에서 일하고 210만~230만원 정도 월급을 받는다. 한국 노동자 절반 이상이 월급 200만원 이하 저임금 신세라니 액수만 놓고 보면 괜찮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빨갛게 충혈된 눈에 일의 무게와 피로가 가득한 동료들 얼굴을 쳐다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엄마 노릇·아빠 노릇·아내 노릇·남편 노릇·애인 노릇·자식 노릇…. 간신히 그 시늉이라도 하려니 월급봉투는 가볍고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늘 묵직하다. 200여만원, 건강 따윈 아무렴 어떠냐며 눈 질끈 감고 일해야 황송하게 받는 돈이 그 돈이다.

비수기엔 특근을 전혀 못해 140만~150만원을 받는다. 그래도 고정 잔업이 있어 주간만 일하는 다른 회사나 부서에 비해 수입이 괜찮다는 소리도 듣는다. 그래서일까. 여자라서, 조선족이라서, 파견업체 소속이라며 수많은 차별과 설움을 겪지만 동료들이 이곳에 남아 살기로 한 것 같다. 하지만 이 월급으로 한 달을 꾸려 갈 생각만 하면 턱! 숨부터 막힌다.

작은 아버지 밑에서 닥트 시공을 했던 원준이는 불어나는 체불임금과 지방 출장이 잦은 생활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우리 회사에 입사했다. 그 즈음 돌을 막 지난 아들과 육아로 힘겨워하는 아내 걱정이 떠날 날이 없었다. 그때에 비해 지금은 안정적으로 월급이 들어오지만 액수는 반토막이 났다. 그래도 자기는 냉동수입 돼지고기를 먹을지언정 아이 입에 들어가는 건 한우 외엔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원준이다. 그렇게 죽어라 아이 분유 값, 기저귀 값을 벌어 가며 빠듯한 살림을 꾸려 갔다. 적어도 할머니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시기 전까진 그랬다. 중국에 계시는 아버지나 지방에 계신 작은 아버지를 대신해 입원할 병원을 알아보고, 경찰 조사를 받고 가해자를 만났다. 보험사도 만나고 병원과 수술 날짜를 잡는 등 온갖 일이 모두 원준이의 몫이 됐다. 그러다 지각과 조퇴가 잦아졌고 미운털이 박혀 특근에서도 제외됐다.

원준은 그렇게 두세 달 동안 100만원이 겨우 넘는 월급을 받아야 했다. 그때 알았다. 우리는 집 안에 아픈 사람 한 명 두는 일도 호락호락 허락되지 않는다는 걸.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하루에 수십 번 했다지만, 당장 그만둘 형편이 아니었다. 원준이는 독해졌다. 전과 달리 관리자들을 깍듯이 모시며 특근에 목을 맸다. 회사를 위해 하루의 3분의 2를 바쳐 가며 원준이의 월급은 피크를 쳤다.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을까. 여유로운 주말? 저녁이 있는 삶? 우리의 삶에 들어올 수 없는 말들이다. 주말에라도 아이를 보는 남편, 근처 공원 나들이라도 가는 엄마, 하다못해 집에서 하루 종일 뒹굴지언정 일주일에 딱 하루만이라도 온전한 내 시간으로 쓰고 싶은 삶은 그토록 사치였을까. 정해진 노동시간을 넘어선 잔업이 고정적이어서 감사한 생활, 이번주에 푹 잠을 자 본 게 며칠인지 손꼽아 봐야 하는 생활, 해가 일찍 지는 요즘 같은 겨울에는 잠에서 깨어나면 새벽인지 저녁인지 한참 생각하고서야 겨우 생체리듬을 찾는 생활. 이런 삶은 정상이고 인간다운 삶인가.

나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밀어붙이는 노동개혁(?)을 보면 소름이 끼친다. 늘어나기만 하는 노동시간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고 유도하는 것만 같다. 이미 노동현장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최장 노동시간을 훌쩍 넘어섰다. 앞으로 더 얼마만큼의 시간을 회사에 갖다 바쳐야 할지 어림조차 되지 않는다.

주당 68시간은 하루도 쉬지 말고 일해야 하는 미친 노동시간이다. 그렇잖아도 저임금에 허덕이며 잔업 특근에 목매는 우리네 삶에 중복할증 운운하며 휴일수당마저 빼 가면 우리는 얼마나 더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미 충분히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고 넘치고 찰 정도로 막막한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새해에는 내 사랑하는 형님·누나·동생들 얼굴에서 보람과 즐거움을 보고 싶다.

※ 필자 요청에 따라 가명으로 처리했음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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