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30일 전문가 좌담회를 계기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행정지침 마련을 위한 수순에 나서면서 노동계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9·15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 파기”라며 전면투쟁을 선언했고, 민주노총은 다음달 8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정부가 지침 시행을 밀어붙일 경우 줄소송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행정지침 무효화를 위해 무효확인소송·헌법소원을 제기한 후 지침에 따라 해고되거나 노동조건이 하락한 사례가 발생하면 사례별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노동계 “쉬운 해고 반대 전면투쟁”=양대 노총은 이날 각각 성명을 내고 “일반해고 지침은 해고를 손쉽게 하고 취업규칙 지침은 노동조건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저지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행정지침 공개는 노사정 합의 파기”라며 “정부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비난했다. 노동부가 전문가 좌담회 형식을 빌렸지만 행정지침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사실상 지침을 시행한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는 설명이다.

강훈중 대변인은 “노사정 합의문을 휴지 조각으로 만든 정부에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일반해고·취업규칙 지침 무력화를 위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조만간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구체적인 투쟁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이달 23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정부가 일반해고·취업규칙 지침을 일방 시행할 경우 9·15 노사정 합의를 백지화하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겠다고 결의했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8일 총파업을 벌인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발표한 두 지침은 일상적인 쉬운 해고와 성과 중심 저임금체계 도입을 원하는 사용자들을 위한 안내서”라며 “총파업을 포함해 모든 조직 역량을 투여해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성식 대변인은 “교육과 배치전환을 활용한 노동자 학대 해고가 이미 현장에 팽팽한데 정부가 이를 막기는커녕 쉬운 해고를 위한 발판을 만들어 주고 있다”며 “지침을 활용한 정부의 행정독재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임금 같은 줄소송 불가피=노동계는 정부의 행정지침 시행에 대비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해고 지침의 경우 해고를 엄격하게 제한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사례로 보고 법원에 무효확인소송과 집행정지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노동계는 취업규칙 지침 역시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을 형해화시켜 노동 3권을 제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두 지침이 시행되면 통상임금 사태와 같은 노사 간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임금 범위를 규정한 노동부 지침이 법원에서 번번이 뒤집히면서 이를 따랐던 기업들은 소송을 제기한 노동자들에게 많게는 수백억원대의 임금을 지급해야 했다.

한 노동전문가는 “노동부가 지침이 법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사례가 통상임금 소송”이라며 “행정지침이라는 하위규정으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지침을 만들면 법원에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동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는 “두 지침 무효확인소송과 함께 기본권 침해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지침이 시행되면 해고 혹은 노동조건 하락 같은 사례별로 소송을 제기해 정부 지침이 무효임을 주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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