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에 간접고용된 노동자 과반수가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괴롭힘을 당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거나 시정을 요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한 고용 탓에 집단 괴롭힘을 참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유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이 29일 발표한 ‘서울시청 공무직 노동자의 직장 괴롭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공무직 중 간접고용 노동자 54.6%가 최근 6개월간 1회 이상 괴롭힘에 노출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직접고용 노동자(41.2%)보다 13.4%포인트 높다. 서유정 부연구위원은 올해 1~2월 서울시 본청과 산하사업소·투자출연기관에서 일하는 직·간접고용 공무직 노동자 210명을 조사했다.

괴롭힘 가해자는 공무원(37.2%)이 가장 많았다. 이어 작업반장·실장(32.1%)과 동료 직원(11.5%)·선임직원(10.3%)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내 괴롭힘 피해자 중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시정을 요구한 사람은 10% 안팎에 불과했다. 이 또한 고용형태별로 차이가 있었다. 피해자 중 서울시청에 직접고용된 노동자의 23.1%는 문제를 제기한 경험이 있었으나 용역업체에 고용된 간접고용 노동자 중에서는 단 한 명도 회사에 알리지 못했다.

괴롭힘을 당했음에도 회사에 알리지 않은 이유로는 “알려도 회사에서 조치해 주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25.5%로 가장 많았다. 오히려 피해자가 문제 있는 것처럼 비난받거나(21.3%) 피해자를 보호해 주지 않을 것 같다(19.1%)는 응답도 높은 편이었다.

성별에 따른 괴롭힘 양상도 달랐다. 여성은 업무 관련 괴롭힘보다는 성희롱(5.69회)·언어폭력(3.71회)·트집 및 시비(3.38회) 같은 개인적 괴롭힘이 많았다. 반면 남성은 CCTV 실시간 감시(4.53회)와 업무능력·성과 비인정(2.36회)이나 업무능력·성과에 대한 조롱(1.37회) 같은 업무 관련 괴롭힘이 많았다.

서 부연구위원은 “서울시는 공무직 노동자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 실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예방지침과 관리 매뉴얼을 개발한 상태”라며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직장 괴롭힘을 예방하기 위한 조직문화 개선과 공무원 인식 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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