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별다른 이유 없이 계약직 공무원의 재계약을 거부해도 무방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용자인 정부 재량에 따라 재임용 거부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임용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장아무개 전 통일연구원 교수가 정부를 상대로 낸 교수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장 전 교수는 2004년 9월께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에 강의와 연구를 담당하는 전문계약직 교수요원으로 임용됐다. 이후 2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두 차례 연장한 뒤 2008년 다시 신규채용에 응시해 합격한 이후 통일교육원에서 계속 교수로 재직했다.

그런데 통일부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인 2010년 5월 장 전 교수에게 임용기간만료통지서를 보냈고,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그와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않았다. 사실상 해고한 셈이다.

이에 장 전 교수는 "갱신계약 체결이 거절된 특별한 사례가 없었던 점에 비춰 정당한 사유 없는 계약 만료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며 "근로계약 만료 후에도 다시 근로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기대(근로계약 갱신기대권)가 인정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그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정부가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1·2심 재판부는 "총 2회의 계약연장 또는 갱신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해 계약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형성돼 있다고 볼 수 없다"며 "계약기간이 만료된 자와의 채용계약을 갱신할지 여부는 피고(정부)의 재량행위"라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이날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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