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비정규직노조 설립이 10년 전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설립 핵심세력은 상급단체 지원인력에서 비정규직 활동가 또는 비정규직 당사자로 이동한 양상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소장 김성희)는 8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비정규직 자발적 보호기제 강화를 위한 정책과제’ 연구사업 최종보고발표회를 개최했다.

비정규직노조 증가 2010년대 들어 ‘훌쩍’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정흥준 고려대 BK21 연구교수는 “비정규직 규모가 800만명을 넘어섰고 비정규직 문제가 연일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있다”며 “비정규직노조 조직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노조의 활동 성과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지난 9~11월 양대 노총 산하 산별노조·일반노조협의회 등 상급단체를 중심으로 가입돼 있는 비정규직노조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2006년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실시한 비정규직노조 실태조사와 동일하게 항목을 구성했다.

이번 조사대상에 포함된 비정규직노조는 모두 181곳이었다. 2006년 조사 당시 154곳에 비해 27곳(17.6%)이 늘어났다. 조사대상이 늘어난 것은 비정규직노조 설립 증가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비정규직노조는 2010년 이후 증가 폭이 컸다. 2011년과 2013년 비정규직노조 설립은 각각 21곳과 20곳에 달했다. 지난해와 올해 비정규직노조 설립은 각각 11곳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그래프 참조>

상급단체별로 보면 민주노총이 91.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노총 소속은 3.9%였다. 한국노총은 별도로 비정규직노조나 지부·분회를 두는 경우가 드물었다.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간주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청년유니온·노년유니온 등 상급단체가 없는 노조는 4.4%였다.

정규직-비정규직노조 60% 연대 안 해

비정규직노조가 조직된 사업장에 정규직노조가 있는 경우는 63%였다. 정규직노조가 있는데도 비정규직노조를 별도로 설립한 이유에 대해 “정규직노조의 한계 때문”(5점 만점에 3.49점)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정규직 노동자 우려”(3.39) “정규직노조 거부”(3.26)가 뒤를 이었다. 비정규직노조 설립시 정규직노조의 지원이 없는 사례도 59.4%나 됐다.

정 연구교수는 “정규직노조의 한계란 비정규직 고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정규직노조 조직구조로는 해결하기가 힘들다는 의미”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노조가 일상적 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직형태는 산별노조 지부 또는 지회인 경우가 72.8%(2006년 14.3%)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노동계가 산별노조로 재편되면서 비정규직노조도 이런 흐름을 따른 것이다.

노조 설립의 핵심세력은 상급단체의 지원인력보다는 비정규직 활동가나 자발적인 비정규직 당사자가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상급단체 지원인력이 2006년 11.7%에서 2015년 9.6%로 다소 줄었고 비정규직 내부 활동가가 20.1%에서 26%로 늘어났다. 자발적인 비정규직 대중은 58.4%에서 57.6%로 큰 변동은 없었다.

고용안정 투쟁보다 임금·근로조건 투쟁 높아

임금·단체협약 체결은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6년 임단협을 체결했다는 응답이 76.6%였다. 올해는 임금협약과 단체협약 체결 여부를 별도로 물은 결과 각각 임금협약은 75.4%, 단체협약은 74.7%가 체결했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교섭방식은 기업별교섭이 72.6%로 대다수였다. 2006년 50.4%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반면 산별교섭은 2006년 19%에서 4.1%로 줄어들었다.

비정규직노조가 단체행동을 한 경험은 89.7%로 나타났다. 단체행동의 주요 이유는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이 64.4%로 가장 높았다. 2006년 40.8%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계약해지 등 고용안정 요구’는 2006년 35.2%에서 2015년 18.5%로 줄어들었다.<그래프 참조> 정 연구교수는 “비정규직노조가 어느 정도 제도화되면서 계약해지 등에 맞선 투쟁보다 일상적인 요구인 임금인상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이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비정규직노조가 꼽는 성과는 임금인상(5점 만점에 3.78점)과 근로조건 개선(3.70점)이 엇비슷하게 높았다. 2006년 2.9점과 2.71점에 비해 높게 평가한 것이다.

비정규직노조는 앞으로 추진할 중점 사업으로 조직확대(39.6%)를 가장 많이 꼽았고, △임금·근로조건 개선(24.3%) △법·제도 개선(20.1%) △비정규직 간 연대활동 강화(11.8%) 순으로 답했다.

“비정규직 조직화 새로운 전술 요구”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노동계가 비정규직 조직화에 적합한 전술을 새롭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어 주제발표에 나선 이정훈 서울노동권익센터 연구위원은 “정규직노조의 연대의식이 부족한 가운데 최근에는 정규직노조 역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한 상태”라며 “비정규직노조가 산별노조라는 조직 틀 안에서, 또는 업종·지역·사회운동적 조직 등 스스로 조직화 비전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상급단체의 역할 강화도 주문했다. 그는 “총연맹이나 상급단체는 산별협약 효력확장·원청 사용자성 인정·특수고용직 노동자성 인정 같은 비정규직노조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법·제도 이슈에 대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공무원 노동교육 의무화·비정규직 정기 실태조사 등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발표회는 이철 서울노동권익센터 정책연구팀장의 사회로 윤애림 방송통신대 교수(법학과)·정병기 서울시 노동정책과 노동권익개선팀장·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네트워크 집행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 휴게시간 증가 46.4%
서울노동권익센터 “최저임금 전면 적용 대응 영향” … “휴게시간 상한 규제 필요”

올해부터 감시·단속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이 100% 적용되는 가운데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휴게시간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한 ‘아파트 청소·경비노동자 노동실태와 대안 모색’ 연구사업 최종보고발표회에서 인수범 시민과대안연구소 연구위원이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인 연구위원이 지난 9~11월 아파트 경비노동자 455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휴게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절반에 가까운 46.4%였다. 하지만 휴게시간을 자율적으로 보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3.5%는 휴게시간 중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대처한다고 답했다. 인 연구위원은 “휴게시간이 증가했다는 것은 최저임금 전면 적용에 따른 임금인상과 관련해 (근로시간을 줄이고 휴게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휴게시간과 업무시간의 엄밀한 구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경비노동자는 휴게공간도 여의치 않았다. 휴게공간 없이 초소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응답이 57.8%를 기록했다. 야간취침 장소도 초소가 65.8%였다. 평균임금은 지난해 144만1천원에서 올해 149만2천원으로 5만1천원이 올랐다. 최저임금 전면 적용 뒤 임금이 3.5% 인상된 데 그친 것이다. 이 밖에 관리업무방식에서는 관리회사 위탁관리 방식이 85.9%로 압도적으로 차지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관리하는 경우는 14.1%에 그쳤다.

김재희 서울노동권익센터 연구위원은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아파트 경비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휴게시간을 연장한 데다 실질적으로 사업장 체류로 휴게시간이 무의미하다”며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휴게시간 상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