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노동뉴스

“내년까지 칼럼에 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꽉 차 있습니다. 칼럼 대상이 떨어질 때까지, 힘이 닿는 데까지 쓸 겁니다. 그럴 정도로 우리 노동운동의 힘이 약하지 않다고 봅니다.”

지난 25일 저녁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매일노동뉴스가 출간한 <길에서 만난 사람>(매일노동뉴스·1만5천원·292쪽)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책을 쓴 사람은 2002년 발전파업을 이끌었던 이호동 민주노총 전국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이다. 이 위원장은 올해 1월부터 매주 매일노동뉴스에 연재한 ‘길에서 만난 사람’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그와 함께 해고자 복직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조활동가와 가족·지인을 비롯해 150여명이 참석했다.

굳건한 책, 살아 있는 책

이날 행사는 이 위원장이 길에서 만난 사람 중 한 명인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축사를 통해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아닌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은 파도와 맞서 싸우는 자갈을 자갈들이라고 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 아니겠느냐”며 “굳건히 일어나서 다시 길로 나와 주시고, 이런 살아 있는 책을 낸 이호동 위원장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10여년간 해고자 복직을 위해 전국을 뛰며 공장으로, 굴뚝으로 뻗어 있는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기억을 오롯이 책에 담았다. 그러한 만남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가 학수고대한 끝에 고공농성 408일 만에 하늘에서 내려온 스타케미칼 해고자 차광호씨와의 인연이 대표적이다. 결국 투쟁에 승리한 차씨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구미에서 올라왔다.


차씨는 “이 위원장이 안 계셨으면, 제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 위원장을 중심으로 저희들이 투쟁을 같이해 조금은 더 나아진 사회로 가는 것 같아 늘 고맙다”고 말했다.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땜빵노동자 하청노동자 비정규직 서러운 인생아. 흘러 흘러 개엿같은 세상도 흘러. 노동자 잘사는 그런 세상은 꿈속에 일렁거리나.”

이 위원장이 길에서 만난 민중가수 박준씨와 최도은씨의 축가가 행사 중간중간에 섞이면서 분위기를 돋웠다. 참가자들은 큰 목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박수를 쳤다.

딸바보로 유명한 이 위원장이 길에서 잠시 벗어났을 때의 일상이 궁금한 이들을 위한 특별한 시간도 마련됐다. 사회자의 호명에 행사장 오른쪽 뒤편에서 앳된 표정의 소녀가 무대로 향했다. 이 위원장의 딸인 이혜인(11)양이다.

혜인양은 사회자의 여러 질문에 재치 있게 답해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박점규 집행위원이 “아빠가 밖에서 유명한 사람인지 아느냐”고 묻자 혜인양은 “집에서 자주 자랑하기 때문에 잘 안다”고 답했다. 아빠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술 좀 그만마셨으면 좋겠다”며 솔직한 대답을 이어 갔다. 그러면서 혜인양은 “아빠가 자랑스럽다” “더 분발했으면 좋겠다” 등의 말로 참가자들을 흐뭇하게 했다.

사람을 담은 책과 그 인물들을 위한 행사답게 이날 출판기념회는 소박하고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2시간여 만에 마무리됐다. 이 위원장과 그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술자리는 인근 순댓국집에서 밤늦도록 이어졌다.

이 위원장은 “사람을 주제로 하는 칼럼을 권했던 편집진과 저의 요청에 흔쾌히 동의해 준 책 속의 주인공들에게 감사한다”며 “이 자리를 부족한 운동여정과 흠 많은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앞으로 노동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에 여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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