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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원 전태일 대구시민문화제 집행위원장] “전태일 정신, 가난한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줄 유일한 자산”
▲ 정우달 기자

“대구는 박정희나 박근혜의 고향이 아니라 전태일의 고향입니다. 2·28 학생의거, 10월 항쟁으로 항거했던 저항의 도시고요. 그런데도 지금은 대구가 권력과 자본가의 고향으로, 수구보수의 심장으로 불리고 있어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김채원(48·사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대구시민문화제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의 말대로 전태일 열사는 1948년 8월26일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태어나 살았다. 대구 청옥고등공민학교(지금은 명덕초등학교)를 다녔다. 그는 일기에서 학교에 다니던 시절을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했다. “인간으로서 자각과 기쁨과 우애와 사랑을 충만히 느꼈던 시절”이라고 썼다. 그러나 대구에서 전태일은 작아지고 작아졌다. 도로로 변한 생가 터가 이를 웅변한다.

그런 대구에서 변화의 싹이 움트고 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다시 살리는 불씨가 돼 달라”며 1만원 후원단이 발족했다. 전태일 대구시민문화제도 모금한 돈으로 연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에서 문화제를 개최한 적은 꽤 있지만 시민단체까지 합세해 전태일 열사를 기억하는 행사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불꽃 전태일, 기억하고 상상하라’를 제목으로 정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시작된 모금운동은 대성공이었다. 20일 만인 12일 현재까지 1천300만원 넘게 모였다. “이렇게 잘되는 사업은 처음”이라는 행복한 비명을 지를 정도다.

김채원 집행위원장이 바로 이 사업의 제안자다. 생가가 있던 자리에 표지석을 세우고, 전태일길·전태일공원을 만들겠다는 꿈도 꾸고 있다. 지난 11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김채원 집행위원장은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의 우애를 바탕으로 진지하면서도 열린 연대의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는 대구 중구 대구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 전태일 시민문화제가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작하게 된 배경이 있었나.

“솔직한 개인적 고백부터 하겠다. 아이가 둘 다 대학을 1년 다니고 휴학했다. 복학할 의지가 없다고 하더라. 1년 학자금 대출이 각자 1천만원이 넘는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채무를 안고 졸업하고 나서 좋은 직장에 취업해 갚을 자신이 없다는 거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작 스무 살을 갓 넘긴 청년들인데 말이다. 부모로서, 인생 선배로서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그러다 문득 물려줄 게 가난밖에 없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가장 밑바닥에서 힘든 삶을 살았지만 누구보다 부당한 현실에 열정적으로 맞섰던 삶, 비록 제 끼니도 못 챙겨 먹으면서도 어린 후배·동료들을 보며 한없이 순수한 연민과 동료애를 가졌던 마음, 어떤 제도권 교육도 제대로 받은 적 없지만 누구보다 인간의 존엄을 스스로 각성한 사람, 그리고 마침내 자기의 것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헌신한 영혼, 바로 전태일 열사가 간절해졌다. 어쩌면 내가, 우리의 아이들이, 노동하며 살아가기 힘든 모든 사람들이 다시 전태일의 삶과 정신을 기억하고 상상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사무쳤다. 우리가 암담한 미래를 온몸으로 예감하는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자산, 그것이 바로 전태일 정신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통해 스스로 삶의 방식을 전환시켜 내지 않으면 우리의 아이들이 자본에 포획된 채 무기력한 삶의 존재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절박한 심정마저 들었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전태일 시민문화제를 제안한 진솔한 배경이다.”

- 시민문화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대구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힘으로 만들어 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단체 간의 연대사업 방식이 아니라 개인의 자율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먼저 열린간담회를 통해 시민추진위원을 모집하고 SNS나 언론을 통해 시민추진위원을 모집했다. 시민기금(만원의 불씨 캠페인)으로 예산을 마련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다소 실험적 방식이었지만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이어졌고 전태일대구시민문화제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시민문화제는 13일 저녁 2·28 공원에서 열린다. 전국의 공연·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무대를 꾸미고, 전태일 열사의 삶과 정신을 표현하는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다. 21일에는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씨의 안내로 대구에서 삶의 자취를 찾아가는 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탐방을 마치고 생가 터에서 전태일공원 설립을 선포할 계획이다.”

- 앞으로 계획은.

“올해는 시작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사업을 평가하고 과제와 계획을 충분히 토의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전태일공원·전태일노동기념관처럼 열사의 삶과 정신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청년들과 함께 전태일 정신을 연구하는 학술연구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 만원의 불씨 전국 후원인단 계좌 : 대구은행 508-12-343037-9(예금주 : 전태일 대구시민문화제)

정우달  tkno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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