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년연장으로 인해 청년층 고용절벽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정년연장과 청년고용 간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주요국 사례가 나와 주목된다. 되레 고령층 고용이 10명 늘어날 경우 청년층 고용이 0.6명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그간 청년고용 문제를 임금피크제 도입을 비롯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명분으로 삼아 왔다.

한국은행은 11일 ‘정년연장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주요국 사례’ 보고서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을 대상으로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관계를 분석한 결과 두 계층 고용 간에는 대체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또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패널 분석을 실시한 결과 고령층(55~64세) 고용이 10명 늘어나는 경우 청년층(16~24세) 고용이 0.59명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두 연령층의 고용은 대체관계보다는 보완관계를 나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2000년대 이후 남성의 평균 은퇴연령이 높아지고 고령층 실업률이 청년층 실업률과 함께 급격히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대체관계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다. 독일은 2007년 법 개정을 통해 2029년까지 현행 65세 정년을 67세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1973년 55세 정년의무화 이후 98년 60세, 2006년부터 65세 정년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정년연장으로 청년층 고용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재호 국제경제부 선진경제팀 과장은 "일본은 90년대 중반 이후를 제외하고는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과 청년층 실업률이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요국 사례와 선행연구를 종합적으로 보면 정년연장으로 고령층 고용이 확대돼도 청년층 고용대체 등의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았다"며 "다만 청년층 고용도 함께 증대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가 끊임없이 창출될 수 있도록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