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의 절반은 생활비를 위해 과외 알바를 하고 절반은 취업준비를 한다. 주요 방송사에 들어가려면 수천대 1의 경쟁을 뚫어야 해서 공부할 시간이 늘 모자란다. 결국 3년째 취업 준비 중이다. 그래도 방송사가 아니면 외주 방송제작사에 가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감수해야 하니 방도가 없다. 외주제작사 근무환경이 개선되는 게 당장 가능한 게 아니라면, 일단 청년들이 취업준비 기간 동안 실질적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다솔씨·PD지망생)

정부가 청년일자리를 빌미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청년들은 심드렁하다. 정부의 일방통행에 노사정 간 갈등만 심화되고, 청년일자리 논의는 실종됐다는 것이다.

청년유니온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청년일자리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노사정 협력에 기반해 청년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 당사자인 이다솔씨 외에도 정길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노동전문위원·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괜찮은 일자리, 청년 위한 실업부조 필요"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일자리 문제 본질은 극소수의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지위 경쟁"이라고 주장했다. 질 좋은 중심부 일자리가 줄고 주변부 일자리와 격차가 심화되면서, 중심부 진입경쟁이 격화되고 스펙경쟁·장기실업·열정페이 문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주변부 노동조건을 끌어올려 중심-주변부 격차를 줄여 가면서, 고용보험제도 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보험 급여 확대와 수급요건 완화, 실업부조 도입을 통해 미취업 청년에게 실업급여를 보장하자는 주장이다. 열악한 일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오랜 구직활동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청년층을 사회안전망으로 감싸자는 취지다.

김 위원장은 "현재 정부 주도 노동개혁 논의는 일자리 격차 해소에 역행하고 노조를 배제해 갈등을 유발하는 쪽으로 가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며 "청년문제를 풀어 가려면 노사정 공동 협력에 입각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누가 내 연금을 죽였나' 저자인 김형모씨도 "청년이나 무노조 사업장 노동자 같은 주변부 노동자와 실업자의 사회적 협상력을 높이려면 고용보험과 실업급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핀란드의 경우 대졸 구직자는 월 700~910유로(95만~124만원)의 노동시장보조금을 받는다. 취업했다가 실직하면 최대 500일까지 소득연동실업수당(실업기금 가입자)이나 기본 실업수당(실업기금 미가입자)을 받을 수 있다.

"청년 실업안전망 필요하나 전제는 재벌개혁"

조성주 소장은 "청년일자리 대책은 일자리 창출, 미취업 청년에 대한 소득보전, 일자리 질 높이기,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다각적 방식으로 풀어가야 한다"며 "특히 실질적 실업안전망으로서 기능하도록 고용보험제도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길채 노동전문위원은 "당에서도 청년일자리 대책으로 한국형 청년안전망 도입, 청년구직촉진수당(실업부조) 신설, 고용보험 적용 확대를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문제 해결의 기본 전제는 재벌개혁"이라며 "청년고용에 대한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고 법인세 부과조치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근 정책실장은 "실업안전망 강화는 필요하나 이게 청년실업대책의 우선순위는 아니다"며 "일자리를 만들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재벌개혁을 통해 생산·고용을 촉진하고 사용자 책임을 부과하는 한편 노조 교섭권 강화 등을 통해 원·하청 노동자 간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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