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지난달 27일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는 원청이 간접고용 노동자 노동조건에 궁극적인 통제권을 보유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 원청이 하청노동자의 단체교섭 상대방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NLRB의 이번 결정은 30년에 걸친 종래 판단기준을 뒤집은 것이다. NLRB는 이번 결정에 대해 “오늘날의 경제 현실 속에서 연방노동관계법의 목적을 더욱 실효성 있게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NLRB는 중앙노동위원회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미국 연방기관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사건은 BFI라는 원청이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용역업체 노동자들로 하여금 쓰레기재활용 선별장에서 일하도록 한 사례다. BFI의 용역노동자를 조직한 팀스터노조는 BFI가 ‘공동사용자(joint employer)’에 해당하기 때문에 단체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국 연방노동관계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과 유사)에서 공동사용자란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좌우하는 문제를 고용주와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공유하는 사업주로 하여금, 고용주와 공동으로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는 사람을 말한다. 미국에서도 원청이나 사용기업이 자신은 파견·하청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라면서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식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다. NLRB는 1984년 이후 일련의 사건에서 공동사용자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사용기업이 노동조건에 관한 통제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30여년간 NLRB의 이런 협소한 시각으로 인해 사용기업이 용역업체를 통해 용역노동자를 간접적으로 통제하거나, 용역업체와의 계약이나 지침을 통해 노동조건을 통제하는 경우에는 공동사용자로 인정되지 않았다.

NLRB는 이번 결정에서 이를 명시적으로 뒤집었다. 예컨대 종래의 협소한 판단기준은 이후 다양한 형태의 간접고용이 확산되는 데 영향을 미쳤고, 사용기업이 노동자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면서도 사용자 책임은 회피하도록 도왔다. 이런 판단기준을 고수하는 것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간접고용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면서 NLRB는 "사용기업이 용역노동자 노동조건을 간접적·최종적으로 통제하거나, 계약·지침을 통해 통제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공동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도 채용면접은 용역업체가 봤지만 채용의 규모와 기준은 사용기업이 정했고, 특정한 노동자의 취업을 거부할 권한도 사용기업이 가지고 있었다. 사용기업이 작업속도·교대제·업무 내용·업무처리 기준을 정하면 용역업체는 노동자를 실제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를 결정했다. 구체적 임금액은 용역업체가 정했지만 임금의 한도는 사용기업이 정했다.

이처럼 형식적으로는 용역업체가 노동자를 채용하고 업무지시를 하고 징계를 한 경우라도, 사용기업이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노동조건의 틀을 정하고, 용역업체와 노동자가 따라야 할 기준을 강제하며, 이에 미치지 못했을 때 제재를 가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공동사용자로서의 통제권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NLRB의 변경된 입장이다. 그리고 이러한 통제권을 가진 사용기업을 상대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연방노동관계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법리라고 역설한다.

간접고용의 현실과 노동기본권 보장이라는 법의 취지에 비춰 30년간 계속된 구태의연한 법리를 반성하고 변화시킨 이번 NLRB의 결정을 보면서, 자꾸만 우리 법원과 노동위원회의 태도와 비교하게 된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행사를 불온시하고 제한하려 하는 시각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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