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글자 하나하나가 어른 몸집만 한 ‘쉬·운·해·고’에 시뻘건 불이 붙었다.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금융노동자들은 모형 촛불을 치켜들며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가 지난 25일 저녁 8시 서울광장에서 전국금융노동자대회를 열었다. 가랑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임에도 조합원 2만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대회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밀어붙이는 이른바 쉬운 해고나 임금피크제 같은 노동정책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

금융노조 출신인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금 정부는 염치도, 부끄럼도 없이 청년실업 책임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30대 재벌기업의 사내유보금이 710조원에 달하는 만큼 재벌개혁으로 청년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만 위원장은 “쉽게 자르고 쉽게 임금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을 한국노총이 선봉에 서서 반드시 막아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은 독특한 방식의 투쟁사로 이목을 끌었다. 이혜진 노조 부위원장과 나기상 교육문화홍보본부장이 리포터로 변신해 질문하고 답변하는 인터뷰 방식이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나기상 본부장이 정부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입장을 묻자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의 민생·경제 실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악의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돌리려 한다”며 “노동·재벌개혁 특위를 교차로 가동하고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제대로 된 개혁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이영주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은 노동자가 투쟁하면 이길 수 있다는 각오로 정부의 노동개악을 막기 위해 11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자랑스러운 노동자의 이름으로 하반기 투쟁을 함께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문호 위원장은 “해고요건 완화는 우리의 소중한 일터를 빼앗고, 임금피크제는 우리 가정의 미래를 앗아 가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일방통행으로 이를 강행할 경우 금융노조가 선봉에서 총파업으로 저지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날 대회는 상징의식으로 마련된 ‘쉬운 해고 끝장 화형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노조는 “전체 노동자의 반대에도 정부가 쉬운 해고를 강행할 경우 한국노총과 함께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문구가 담긴 결의문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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