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들이 여전히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무기계약직이 이른바 '중규직'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으로 공무직조례가 제시되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공무직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10개 교육청과 55개 지자체가 조례나 훈령으로 무기계약직 노동자에게 공무직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2007년 시행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르면 2년 이상 상시·지속 업무를 한 기간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무기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문제는 이들 무기계약직의 임금이 정규직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고 상시적인 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12일 오후 국회에서 연 무기계약직 정규직제 법제화를 위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직제 조례 제정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다. 이날 토론회는 장하나·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노조가 주최했다. 발제를 맡은 이석 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무기계약직은 고용형태를 나타내는 표현에 불과해 공식적인 직제가 아니다”며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며 기간을 정하지 않은 근로계약을 채결한 노동자를 공무직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시지속 업무 종사자 공무직 채용해야

이석 변호사는 먼저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고용원칙을 확립할 것을 주문했다. 무기계약직 전환 노동자와 동종·유사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있는 경우는 공무원으로 전환하고, 동종·유사업무가 없는 경우는 공무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공공부문 공무직제를 신설해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무기계약직을 공무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변호사는 "지자체에서 훈령으로 공무직 관리규정을 두고 있어 안정적인 지위 보장에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 공무직 복무 등에 관한 조례를 마련해 신분과 노동조건을 안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무권한을 부여하고, 통일된 임금지급 기준을 마련해 차별받지 않는 정규직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상시지속 업무를 하는 노동자는 공무직으로 채용하고, 기간제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무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무직제 확산을 위해 노조·지자체·행정자치부·기획재정부가 참여하는 대화창구를 마련하고 여야가 공무직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하도록 압박하는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박성철 광주전남지부 무안군청지회장은 “무기계약직은 공무원에 비해 급식수당이 절반에 불과하고 병가도 무급으로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복지·병가 등 기본적인 처우를 공무원과 동일하게 적용받게 하도록 지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 사용 위한 꼼수

실제로 노조가 지난해 4월 16개 광역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분석한 지자체 무기계약직 임금실태에 따르면 무기계약직 임금수준은 정규직 대비 51.6% 수준에 불과하다. 전북지역은 무기계약직의 임금수준이 정규직 대비 34.4%로 격차가 크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 수준 49.5%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용불안도 여전하다. 2013년 고용노동부의 무기계약직 관리규정 표준안에 따르면 근무성적이 불량하거나 사업 예산이 축소되거나 감원이 불가피한 경우 해고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은 공무원 정원과 연동돼 무기계약직이 수행하는 업무에 공무원이 배치되면 해고될 수 밖에 없다”며 “공공부문에서 무기계약직이라는 정규직과 차별되는 저임금 인력군을 형성해 고용형태를 복잡하게 하고 노동자들끼리 서열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기계약직은 차별적 근로조건에 대해 문제삼기 어려워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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