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비둘기 떼가 88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평화의 상징이었으나, 지금 사람들 생각은 좀 다르다. 여기저기서 골칫거리다. 닭둘기라고도 불린다. 좋아라 뒤쫓는 건 아이들뿐이다. 푸드덕 날갯짓에 비명 터진다.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 장미꽃 넝쿨 우거진 그런 집을 짓자고 누군가 노래했지만 흘러간 옛노래다. 높은 자리 우뚝 선 광고탑은 자본의 상징이다. 밤낮으로 회사 이름과 대표 상품을 알린다. 거기 올라 버티는 것으로 사정을 전하려는 노동자들이 곳곳에 많아 요즘 사람들 생각이 좀 달라졌을 것도 같다. 올림픽대로 여의도 구간 풀숲에 선 광고탑에 택배 노동자들이 넝쿨처럼 올라 집을 지었다. 옆집 비둘기가 푸드덕 날았다. 비명이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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