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현 공인노무사(철도노조 법규국장)

대상판결/ 2014가합106391 직위해제무효확인

1. 철도노조의 파업과 직위해제


사용자는 노동조합의 파업 등 단체행동을 제지하거나 억제하기 위해 통상 담화문 발송, 복무관리 강화지침 등의 위하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철도같이 국민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업장인 경우에 노동조합이 파업 등 단체행동 돌입을 예정하고 있다면 사용자가 아닌 정부가 대신해 노동조합에 경고를 한다. 더 나아가 사용자인 철도공사는 파업 등 철도노조의 단체행동 때마다 담화문 발송 등의 간접적인 방법을 넘어 직접적인 불이익 조치를 가해 왔다. 그것이 바로 ‘직위해제’라는 인사상 불이익 처분이다. 2003년 파업에는 780명, 2006년 파업에는 2천600명, 2009년 파업에는 980명 그리고 2013년 파업에는 8천600명을 직위해제함으로써 그 남용이 절정에 다다랐다(철도노조는 철도공사의 직위해제 남발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12월 파업 종료 후에도 철도공사는 이듬해 2월25일 파업과 현장투쟁 등을 이유로 철도노조 위원장 직무대행 등 조합간부들을 또 다시 직위해제했고, 대상판결은 현장투쟁-총회 및 철탑농성을 이유로 한 직위해제의 당부를 다툰 사건이다.

2. 사건개요

철도노조 서울차량지부는 강제전출에 반대하며 2014년 4월5일 총회를 개최했고 조합원들이 총회에 참석함에 따라 차량검수업무가 중단됐다(중앙노동위원회는 동 총회를 정당한 조합활동으로 인정했다). 또한 철도노조 전 위원장과 전 사무처장은 강제전출 및 철도민영화 반대를 주장하며 서울차량사업소 내 조명탑에 올라 철탑농성을 2014년 4월9일부터 같은해 5월2일까지 진행했다. 이에 철도공사는 총회를 주도한 서울차량지부 대의원들과 철탑농성을 행한 전 사무처장을 ‘취업규칙 제8조(금지행위) 위반행위로 직위해제가 필요할 때’라는 철도공사 인사규정 제46조제1항제4호로 직위해제를 한 것이다(철도노조 전 위원장은 2014년 2월25일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됐고 동 직위해제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한 직위해제임을 인정받고 확정됐다).

3. 사건의 쟁점사항 및 법원의 판단

이 사건의 쟁점사항은 첫째 철도공사가 2010년 1월께 인사규정에 새로이 신설한 직위해제 사유가 유효한지 여부, 둘째 원고들에게 정당한 직위해제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다.

철도공사는 2010년 2월 인사규정을 전면개정하면서 직위해제 사유로 ‘취업규칙 제8조(금지행위)*1) 위반행위로 직위해제가 필요할 때’를 추가했고 그 과정에서 철도노조에 형식적인 의견청취만 거쳤을 뿐 동의를 득하지 않았다. 철도노조는 새로이 직위해제 사유를 추가하는 것은 불이익변경에 해당하고 노동조합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했고, 철도공사는 동 규정이 기존 직위해제 사유인 ‘공사의 위상을 현저히 손상시킨 자’를 구체화한 것이므로 불이익변경에 해당하지 않고 그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돼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인사상 불이익 처분인 직위해제 사유를 새롭게 추가해 인사상 불이익 처분을 받을 가능성을 확대하는 것은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각각의 독립적인 사유들이므로 ‘공사의 위상을 현저히 손상시키는 행위’를 구체화한 규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철도공사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인사상 불이익 처분인 직위해제 사유를 확장하는 것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야 하는데 취업규칙상 금지행위는 징계사유가 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행위가 업무상 장애를 발생시킨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또 동종의 공기업들은 비위행위를 직위해제 사유로 두고 있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봤다. 따라서 취업규칙 제8조 중 유효한 사유는 ‘공사의 명예와 위신을 훼손한 행위’만 인정했다.

다음으로 원고들의 행위가 ‘공사의 명예와 위신을 훼손한 행위’인지에 대해 강제전출을 반대하기 위한 총회는 통상적인 방식으로 이뤄졌고 노무제공 거부가 1일에 불과하고 공사 내부적 관계에 발생한 것으로 공사 대외적 이미지와 신뢰에 손상을 가져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철탑농성 역시 평화적인 방식으로 의사표현이 이뤄졌고, 철탑에 설치된 현수막이 비방의 표현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공사도 보도자료를 통해 공사 입장을 밝힌 점 등을 고려할 때 공사의 명예와 위신을 훼손했다고 볼 수 없어 결국 이 사건 직위해제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무효라고 판단했다.

4. 철도공사의 인사권 남용을 또다시 확인한 판결

철도공사는 2006년과 2009년 파업을 이유로 한 대규모 직위해제가 법원에 의해 부당성이 인정되자 아예 파업 및 조합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직위해제 사유를 새로이 신설했다.*2) 특히 ‘소속장의 승인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직장을 이탈하는 행위’나 ‘직무상 질서 문란 행위’는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직위해제는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한 경우 등 장래에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 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 한해 이뤄져야 하며 인사상 불이익 처분인데도 근로자에게 소명권 등을 부여하지 않는 즉각적인 조치라는 점에서 그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엄격하게 살펴봐야 한다. 또한 직위해제 사유의 실질적인 내용이 직위해제 목적이나 성격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함은 당연하다.

취업규칙상 ‘금지행위의 위반행위’ 그 자체를 직위해제 사유로 규정한 것은 직위해제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늘리게 되므로 당연히 불이익변경에 해당하고, 금지행위의 위반행위가 있었다고 해서 업무상 장애가 발생할 개연성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직위해제의 목적이나 성격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그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부정한 것은 타당하다. 또한 공사의 명예와 위신을 훼손하거나 손상했는지에 대해 그 문언상의 의미로는 대외적 측면에서 공사의 명예가 크게 손상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총회나 철탑농성이 설령 위법한 조합활동이라 하더라도 이는 대내적인 기업의 경영질서를 문란하게 한 것과는 구분돼야 할 것이어서 정당한 사유가 되기 어렵다. 판결문에는 설시하지 않았으나, 철탑농성과 같은 업무거부 행위는 업무상 장애발생의 전제가 되는 ‘계속 근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직위해제의 필요성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여러모로 부당한 직위해제임은 명확하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직위해제는 즉각적인 인사상 불이익 조치라는 점에서 사용자는 손쉽게 파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철도공사는 직위해제로써 아예 파업 등 조합활동을 억제할 목적으로 직위해제 사유를 새로이 신설했으나 법원은 이를 부정했고, 직위해제의 본래 목적과 취지의 견지에서 당해 직위해제를 무효로 판단해 철도공사의 인사권 남용을 또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의의가 있다 하겠다.



<각주>
1) 1. 공사의 명예와 위신을 훼손하거나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는 행위 2. 공사의 기밀을 누설하는 행위 3. 공사의 승인 없이 타 업무에 종사하는 행위 (중략) 6. 소속장의 승인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직장을 이탈하는 행위 7. 직무상의 질서문란 행위 8. 직장내 성희롱 행위 등이고 철도공사는 원고들이 1·6·7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2)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2006년과 2009년·2013년의 직위해제에 대해 ‘파업참여를 저지하고 업무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봐 철도공사가 행한 직위해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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