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속에서도 '국내 영리병원 1호'로 불리는 녹지국제병원 설립이 다시 추진되면서 보건의료·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민영화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리병원 밀실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운동본부는 "사업계획서 내용 중 바뀐 건 사업자 이름뿐"이라며 "국내 성형병원이 중국 자본을 끼고 국내 영리병원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이어 "정부는 영리병원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국민 토론의 장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지그룹(중국법인)은 올해 5월 한국에 설립한 제주녹지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국내법인) 자회사인 그린랜드헬스케어주식회사(국내법인) 명의로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신청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가 "한국법인이 출자해 만든 한국법인이 사업자가 되므로 법령상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통보해 신청을 철회했다.

그런데 녹지그룹은 6월11일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제주도는 같은달 15일 복지부에 사업계획서 승인을 신청했다. 제주도는 이 같은 사실을 이달 초에야 뒤늦게 공개했다. 관련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8일 외국의료기관 관련 공문서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는 제주도의회 의원의 요구에도 "사업자 관련 자료는 사업자의 비공개 요청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메르스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던 시기에 제주도는 국민 몰래 영리병원 설립신청서를 넣었다"며 "녹지병원 설립이 허용되면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이 확산돼 공공의료체계에 구멍이 뚫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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