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대상판결/ 헌법재판소 2015.5.28 선고 2013헌마343 결정

위헌확인 심판 청구의 경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근로자의 날 제정법)은 5월1일을 근로자의 날로 하고 ‘근로기준법에 의한 유급휴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의 공휴일에 관해 정하고 있는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제2조(이 사건 조항)가 근로자의 날을 관공서의 공휴일로 정하고 있지 않아 공무원들은 근로자의 날을 유급휴일로 인정받지 못하고 정상적으로 근무하고 있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소속 공무원들은 2013년 5월14일 이 사건 조항이 헌법상의 평등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확인 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 조항에 대해서는 2007년과 2013년에도 위헌확인 심판이 청구된 적이 있었다. 두 사건은 모두 법령에 대한 위헌확인 심판은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법령이 시행된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해야 하는데 그 기간이 경과된 다음에 청구했다는 이유로 각하됐다(헌재 2007.8.21 선고 2007헌마865 결정, 헌재 2013.2.5 선고 2013헌마38 결정).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은 청구기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으로 입사한 후 2013년 5월1일에 처음으로 노동절을 맞이한 조합원들을 청구인으로 모집해 위원장을 포함해 151명 명의로 이 사건 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2013년 5월1일 비로소 이 사건 조항으로 평등권이 침해됐음을 알게 됐으므로 그로부터 90일 이내에 위헌확인 심판청구를 하면 된다.

헌법재판소 결정, 8 대 1의 의미

헌법재판소는 2015년 5월28일에 8대 1의 의견으로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선고했다. 청구인 중 한 명인 법원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2000년 7월1일 공무원으로 임용됐으므로 청구기간을 경과한 것이 명백해 각하결정을 해야 마땅하나, 헌법재판소는 다른 150명의 청구인들이 청구기간을 지켰으므로 별도로 각하결정을 하지는 않았다.

다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이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보아 기각 의견이었고, 소수의견은 이 사건 조항이 공무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아 위헌 의견이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8대 1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청구 사건에서도 그랬고, 교원노조법 제2조 위헌제청 사건에서도 그랬다. 1988년 헌법재판소가 처음 출범하고 제1기 재판부가 구성됐을 때 주요 사건에서 변정수 재판관 1인의 소수의견과 나머지 8인의 다수의견 분포를 이룬 적이 있었다. 주요 기본권 관련 쟁점에 대해 김이수 재판관 1인 소수의견과 나머지 8인의 다수의견 분포는 헌법재판소 구성이 제1기 재판부 수준으로 후퇴했음을 의미한다.

헌법재판소가 우리 사회 최고의 규범적 판단을 하는 사법적 기관이라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도록 그 구성에서 다양성이 확보돼야 한다. 정당의 자유, 노동 3권, 근로자의 평등권 등의 중요한 기본권 관련 쟁점에 대해 8대 1 구도로 굳어진 구성은 헌법재판소가 그 기능을 수행하기에 부적합한 수준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명칭의 문제

5월1일을 ‘노동절’이 아니라 ‘근로자의 날’로 부르는 것의 문제점부터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5월1일은 세계적으로 ‘메이데이(May Day)’라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절’이라 부르고 기념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923년 5월1일 조선노동총연맹이 ‘노동시간단축, 임금인상, 실업 방지’ 등을 요구하며 노동절 행사를 처음 주최한 후 매년 5월1일을 노동절로 기념해 왔다. 해방 후에도 5월1일을 노동절로 기념해 왔는데, 1958년부터 대한노동조합총연맹 창립일인 3월10일을 노동절로 정했다. 1963년에 근로자의 날 제정법에서 명칭을 ‘근로자의 날’로 변경했고, 1994년 법률 개정으로 날짜를 5월1일로 변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위와 같은 경과에 비추어 보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노동절이란 명칭 대신 근로자의 날이란 명칭을 법률상 사용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의 날’은 법률상 명칭이므로 역사성과 사회통념을 반영해 법률을 바꿔 ‘노동절’로 변경해야 한다.

노동절의 역사적 의의에 대한 무지

다수의견은 노동절의 의의를 근로조건으로서의 유급휴일의 보장이라는 관점에서만 찾았다. 이는 김이수 재판관이 소수의견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노동절이 갖는 역사적 의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근대자본주의 성립 초기에 수많은 근로자들은 하루 14시간 이상의 근로와 저임금 등으로 노동력의 재생산조차 곤란한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근로했다. 미국의 근로자들은 1886년 5월1일 1일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총파업 투쟁을 전개했고, 이에 대해 경찰을 동원한 유혈진압이 이뤄지고 파업 주동자에게 사형이 선고돼 집행되기도 했다. 1889년 7월 파리에서 근로자들의 국제조직으로 설립된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1886년 5월1일 총파업을 기념해 5월1일을 노동절로 정하고, 1890년 5월1일부터 전 세계 근로자들이 매년 5월1일을 노동절로 기념해 오고 있다.

노동절은 전 세계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을 기리고 연대의지를 표명하는 역사적인 기념일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모든 근로자들의 유급휴일로 삼아 전 세계 근로자들이 하나로 연대하고 노동현안 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미국·캐나다·영국·독일·프랑스·벨기에·이탈리아·스웨덴·스위스·러시아·일본·중국·태국·브라질 등 대다수 국가에서 노동절에 공무원들도 휴무하고 각종 기념행사와 연대행사를 개최하고 있다(다만 미국과 캐나다의 노동절은 9월 첫째 주 월요일이다).

이와 관련해 김이수 재판관은 “(노동절은) 역사적으로 전 세계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투쟁을 기리고, 근로조건과 복지수준 개선을 위한 의지를 표명하며, 무엇보다도 전 세계 근로자들의 연대와 단결된 힘을 과시하는, 근로자 전체의 기념일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일반근로자에게든 공무원에게든 그 의미의 중대성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다”고 정확하게 지적했다.

다수의견은 “공무원에게는 일반근로자의 주휴일에 상응하는 일요일을 제외하고도 연간 16일의 법정유급휴일이 더 보장되고 있으므로 공무원에게 근로자의 날까지 법정유급휴일로 정해 보장할 만한 필요성은 그리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는 노동절의 역사적 의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서 부당하다. 김이수 재판관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일반근로자의 경우 법정유급휴일은 근로기준법상 주휴일뿐이지만,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법정유급휴일 외에 약정유급휴일도 상당히 보장받고 있으므로, 약정유급휴일은 배제하고 법정유급휴일만을 기준으로 공무원과 일반근로자를 비교하는 것은 부당하다.

나아가 다수의견은 역사적으로 볼 때 노동절은 사용자에 대항하는 개념으로서의 근로자가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투쟁했던 노동운동의 산물이라고 전제하고, 공무원의 근로관계는 그 직무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일반근로자처럼 근로자와 사용자의 이원적 구조를 전제로 투쟁과 타협에 의해 발전돼 왔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노동절이 갖는 역사적 의의도 일반근로자와 공무원이 서로 같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공무원도 근로자로서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사용자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투쟁하는 노동운동의 주체임에 틀림없다. 담당직무에 특수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부정되는 것이 아니고, 전체 근로자의 기념일인 노동절이 갖는 의미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수의견은 공무원 지위의 특수성을 핑계로 공무원의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가능한 한 부정하려는 편견에 기초한 것에 불과하다.

향후 과제

이 문제는 정부가 대통령령인 이 사건 조항만 개정하면 된다.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당장 가능한 일이다. 공무원이 노동자로서 그 지위를 자각하고 연대활동을 하는 것을 언제까지 묶어두겠다는 것인가. 하루라도 빨리 이런 비정상적인 상태를 해소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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