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 A(22)씨는 지난해 최저임금법을 지키라고 요구했다가 도둑으로 몰렸다. 그는 당시 4천800원을 받았는데 최저임금 5천210원(2014년)보다 낮았다. 이를 따지자 매장 매니저는 "유통기한을 지난 편의점 음식을 가져갔으니 절도죄로 신고하겠다"고 그를 협박했다. A씨는 같은해 9월 노동부에 진정을 넣었다. 그런데 근로감독관은 "(체불금액보다 낮게) 어느 정도 받고 끝내라"며 진정 취하를 압박했다. A씨는 다른 근로감독관에게 도움을 요청해 겨우 진정을 진행할 수 있었다.

바텐더로 일하다 3개월간 임금을 체불당한 B(20)씨도 올해 초 노동부에 진정을 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진정 후 두 달간 연락이 없었던 근로감독관이 B씨의 동의도 없이 사건을 종결시킨 것이다. 근로감독관은 "사업주를 못 찾아 진정을 종결했으니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라"고 통보했다.

"기초고용질서 위반 아니라 범법행위"

최저임금연대와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최저임금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나온 증언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최저임금 위반과 임금체불을 근절하려면 정부가 근로감독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노동부는 기초고용질서라는 모호한 말로 강행규정인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준수의 무게감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준수·근로계약 작성·임금체불 예방을 3대 기초고용질서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민관협력을 통한 홍보·상담 등 노사 자율개선에 초점을 맞춰 사용자와 정부의 책임을 감추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 간사는 "위반 규모에 비해 사법처리 비율이 매우 낮은 것이 문제인데 정부는 반대로 근로감독 규모를 더 축소시키려 한다"며 "근로감독정책 방향을 전면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간사에 따르면 2014년 근로감독 점검대상업체는 2만4천486곳으로, 2012년(3만1천352건)에 비해 대폭 감소했다. 처벌 또한 미미했다. 같은해 근로기준법을 위반(근로계약서·임금체불·금품청산)한 1만2천396건 중 사법처리된 경우는 120건,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는 3건에 그쳤다. 최저임금법 위반 사례 6천414건 중 사법처리는 16건, 과태료 처분은 2건이었다. 99%가 시정지시에 그쳤다.

"엄정한 근로감독, 벌칙 강화 필요"

최혜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부장은 "독일은 최저임금 미달 사업장에 50만유로(6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며 "벌칙규정을 강화하고 근로감독관 정원 확대 같은 구속력 있는 근로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우연 청년유니온 노동상담국장은 "근로감독관이 진정 처리를 석연찮게 미루거나 직무규정을 안 지키는 사례가 상담 과정에서 종종 확인되고 있다"며 "근로감독관의 엄정하고 중립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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