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터 하르츠 전 독일 노동개혁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2002~2005년 독일 노동시장 개혁의 근거를 제공한 페터 하르츠(74·사진) 전 독일 노동개혁위원회 위원장은 21일 "독일 사례를 벤치마킹하기보다는 한국 실정에 맞는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르츠 전 위원장은 특히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고용불안을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르츠 전 위원장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최한 '독일 노동개혁' 초청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해고는 절대 없다고 설득하고 지켰다”

하르츠 전 위원장은 이날 “독일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할 때 노조 내에서도 찬반논쟁이 일었다”며 “노동계와 협상을 할 때에는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킬러주제를 피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논의 자체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 해고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동자들에게) 설득했다”며 “노동개혁으로 인해 경영상 이유에 따른 해고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약속하고 지켰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7일까지 진행된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노사정 협상이 일반해고 요건 기준·절차 마련 여부를 놓고 결렬된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된다. 당시 노동계는 "해고를 쉽게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논의를 거부했다. 고용노동부는 "해고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노동계를 설득하지 못했다.

하르츠 전 위원장은 “해고를 하지 않으면 사용자들의 비용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파견근로를 확대했다”며 “암묵적으로 행해지던 불법노동을 합법화하고 시장으로 이끌어 내는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독일이 하르츠 개혁을 통해 파견규제를 완화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미니잡 확대나 실업급여 축소와 함께 대표적인 노동유연화·규제완화 정책으로 꼽힌다. 하지만 독일은 파견근로를 확대하는 대신 파견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노조와 협상을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은 매년 파견업체와 독일노총이 중앙교섭을 통해 파견노동자 임금을 결정하고, 미니잡 종사자에 대해서도 동등한 대우를 보장하기 위해 노조에서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말 듣기보단 한국식으로”

하르츠 전 위원장은 노동시장 개혁과 금융위기를 거친 뒤 독일경제가 부활한 요인 중 하나로 협력적 노사관계를 지목했다. 그는 “힘이 강력한 독일노조들은 기업경영에 대해 사측과 공동으로 결정하고 책임을 졌기 때문에 경제발전이 가능했다”며 “사용자들도 기업이 강해지려면 강한 노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르츠 전 위원장은 한국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하르츠 개혁을 벤치마킹하려는 시도에 대해 다소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그는 “독일의 노동시장 개혁은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장기실업자 문제처럼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고 언론에서 비판도 많이 받았다”며 “외국에서 온 현자의 말을 듣기보다는 한국식 스타일을 개발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