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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하르츠 열풍’ 국내 노동시장 망가뜨리나노동시장 전문가들 “하르츠 개혁=노동유연화 등식 깨야” … 정부·기관·단체 너도나도 ‘하르츠 모시기’

그야말로 하르츠 열풍이다. 지난달 결렬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노사정 협상에 대해 정부는 “한국판 하르츠 개혁”이라고 치켜세웠다. 고용노동부는 독일 하르츠 개혁을 홍보하기 위해 특정 언론사에 수천만원을 지불했다.

노사정 협상이 실패로 귀결됐지만 하르츠 열풍은 식지 않고 있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20일 오전 서울 신라호텔에서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페터 하르츠(74) 전 독일 노동개혁위원회(하르츠위원회) 위원장과 대담을 한다. 노사정위는 21일 하르츠 전 위원장을 초청해 독일 노동시장 개혁을 주제로 강연을 듣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같은날 전경련회관에서 하르츠 개혁을 집행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특별대담을 진행한다.

네덜란드 바세나르 협약과 함께 노동시장 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화 롤모델로 자주 거론되는 독일 하르츠 개혁. 과연 한국 노사정이 추구해야 할 사례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 노동시장에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많다.

◇노사정 협상 실패 후 국가 주도 하르츠 개혁=하르츠 개혁은 독일 자동차회사 폭스바겐 노동담당 이사인 페터 하르츠가 제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사민당-녹색당 2기 연합정부가 2003~2005년 실시한 노동시장 개혁을 말한다. 사민당-녹색당 1기 연합정부(1998~2002년)는 노사정 협상을 통해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고용연대’를 추진했다가 노동계의 반대로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었다. 이에 따라 국가 주도로 단행한 광범위한 노동시장 개혁조치가 바로 하르츠 개혁이다.

하르츠 보고서는 하르츠 법안(Ⅰ~Ⅳ)으로 성안돼 2003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하르츠 개혁은 크게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고용서비스 전달체계 개편, 노동시장 규제완화로 요약된다.

독일은 2000년대 초반 400만명을 웃돌았던 실업자를 줄이기 위해 파견근로와 단시간 근로를 확대하고 실업급여·복지비용을 축소하는 한편 고용서비스를 대폭 강화했다. 슈뢰더 전 총리의 뒤를 이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하르츠 개혁을 계승했다. 그 결과 한때 500만명을 웃돌던 독일 실업자수가 200만명대로 떨어졌다. 고용률 70%도 달성했다. 박근혜 정부가 하르츠 개혁에 주목하는 이유다.

◇저임금 일자리 미니잡 확대=그럼에도 하르츠 개혁 성패에 관한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정규직 취업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미니잡(Mini Jobs)은 단시간 저임금 근로자 확대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미니잡은 월 임금상한선(현재 450유로)을 두고 사용자의 사회보험 분담금을 감면해 주는 일자리를 말한다. 미니잡 종사자는 2003년 제도 도입 당시 598만명에서 2013년 3월 733만명으로 10년간 135만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독일 사회보험 가입 근로자수는 232만명 늘어났다. 고용 증가분의 60% 정도가 미니잡에서 발생한 것이다. 저하된 임금수준은 최근까지 회복되지 않고 있다. 실제 독일 실질임금은 2000년대 말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하르츠 개혁에 따라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전제로 실업급여를 지급하면서 단기 실업자는 대폭 줄었다. 반면 장기 실업자 문제는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는 “독일과 네덜란드는 고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였기 때문에 불평등 심화라는 부작용에도 단시간 근로자를 비롯한 비정규직 고용을 늘린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양질의 일자리 확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노동시장, 하르츠 개혁 이후와 비슷=노동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하르츠 개혁=노동유연화’로 인식되는 것을 경계한다. 독일경제가 반등한 것이 단지 하르츠 개혁 때문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기호조기로 접어든 외부환경과 일자리 유지를 위한 적극적인 경제정책, 독일 노사의 협력적 노사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하르츠 개혁의 핵심은 고용서비스 강화와 미니잡 활성화를 통한 사각지대 노동의 양성화”라며 “마치 정규직의 철밥통을 깨는 노동유연화가 독일경제를 살렸다는 식의 논리는 올바르지 못한 접근법”이라고 우려했다.

박 연구위원은 특히 “지금 한국 노동시장은 독일이 하르츠 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유연화와 취약화를 상당 부분 진행한 이후 상황과 유사하다”며 “국내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려면 하르츠 개혁을 그대로 이식할 게 아니라 무언가 새로운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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