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대가 정직원이 수행하는 기숙사 사감 일을 대학원생에게 무급으로 맡긴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성공회대 대학원생 허선회씨는 올해 1월 학교가 낸 대학 기숙사 대학원생 관리자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공고에는 기숙사생 생활관리나 민원접수 같은 해야 할 업무와 '기숙사 1인실 제공 특전'이 명시돼 있었다. 허씨는 면접에서야 학교 정직원인 사감의 업무보조라는 설명을 들었고 자신의 업무를 행정조교로 이해했다. 1년간 일하기로 하고 지난 2월28일부터 근무를 시작했다.

그런데 학교는 그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사감이었던 교직원이 다른 보직을 맡으면서 허씨는 그의 업무를 물려받아 '사감'이 됐다. 학교측도 학생들에게 그를 사감으로 소개했다. 허씨는 수업시간을 제외한 일과시간에는 기숙사 사감실에 출근해 업무를 봤고, 퇴근 이후에도 기숙사에 거주하며 새벽까지 학생들의 전화를 받고 민원을 처리하며 기숙사 시설을 점검해야 했다. 24시간 학생들이 거주하는 곳이기에 그 역시 24시간 일해야 했지만 그의 근무시간과 급여는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았다. 결국 허씨는 '무급 노동'을 한 것이다.

학교측은 허씨의 요구로 뒤늦게 지난달 13일 근로계약서를 제시했으나 역시 임금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 허씨가 항의하자 학교측은 "원래 사감으로 채용한 것이 아니다"며 "근로계약을 체결하기는 어렵고 이달 1일부로 근로의무를 갖지 않는 것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그를 사감으로 인정하면 정직원 수준의 급여와 채용 의무를 지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허씨는 지난달 30일 근로의사가 있으니 계약 파기 사유를 알려 달라고 했지만 학교측은 지난 6일 사감실 열쇠를 반납하라고 통보했다.

성공회대 관계자는 "현재 주 2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행정조교로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지만, 전일제 정식 사감으로 채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허씨는 "학교의 행정미숙으로 인해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직원 되려고 떼 쓰는 사람인 양 나를 취급하고, 한 사람의 노동을 쉽게 생각한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일을 통해 잘못된 대학행정이 바뀌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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