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주제와 별다른 관계가 없는 생필품 가격규제 완화를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7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따르면 한국경총은 최근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관련한 합의도출을 위해 열린 8인 연석회의와 대표자회의에서 커피·라면·담배·밀가루 등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가 최고가격을 제한하고 있는 생필품에 대한 정부 개입 자제를 요구했다.

생필품 물량이 부족해지면 물가가 급등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는 가격상한을 설정해 최고가격 이하에서만 거래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는 상관이 없는 주제인데도 경총은 공식 요구안에 포함시켰다. 가격규제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참여하는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를 통해 재계 민원을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인상이 짙다.

경총 관계자는 “서비스업이든 제조업이든 가격을 규제하면 기업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려 일자리 창출을 저해한다”며 “이익이 크지 않은 생필품 제조업종의 경우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박병원 경총 회장의 평소 지론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정위도 장단을 맞췄다. 연석회의나 대표자회의에서 논의할 초안에 경총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문안을 작성한 것이다. 노사정위는 초안에 “정부는 시장이 개방돼 있거나 경쟁이 보장돼 있어 독과점 우려가 없는 업종에 대해서는 가격규제를 최대한 자제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경총 요구를 정부나 노동계도 수용하라는 뜻이다.

한국노총은 7일 오후 열린 8인 연석회의에서 노사정위가 제시한 초안 문구 삭제를 요구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서민 생활안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생필품 가격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노동시장 구조개선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고, 노사정위도 무슨 생각으로 경총 요구를 수용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