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에서 청소·시설관리·환자이송을 담당하는 용역업체들이 인원감축이나 노조 무력화 계획을 담은 입찰제안서를 제출하고 계약자로 선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병원이 노조 무력화를 약속한 용역업체를 골라 뽑은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공공운수노조(위원장 조상수)는 12일 정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병원·서울보라매병원과 계약한 용역업체들이 노조 탄압 내용을 제안서에 담은 뒤 입찰계약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과 계약한 용역업체 6곳의 입찰제안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6곳 모두의 제안서에 부당노동행위가 명백한 조항이 담겼다.

서울대병원 본관 청소업무를 하고 있는 용역회사 ㈜지에스아이는 다른 곳에서 하청노동자들을 노조에서 탈퇴를 시킨 사건을 우수사례로 입찰제안서에 담았다. 어린이병원 청소업무를 하는 ㈜태원비엠씨는 청소노동자 채용시 경찰서와 연계해 신원조회를 하겠다는 기상천외한 내용을 제안했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시설관리업무를 하는 ㈜현대씨앤알은 인력감축계획을 제출했다. 실제 현대씨앤알은 계약이 성사된 직후인 지난해 2월 시설관리 하청노동자 126명 중 16명을 해고했다.

보라매병원 환자이송용역 입찰에 참가한 ㈜태진자산관리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에게 고객 불편을 호소해 불참을 종용하겠다"는 제안 발표 뒤 위탁계약을 따냈다. 같은 병원 청소용역업체 ㈜우림맨테크는 "파업시 외부 연계세력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대병원 암병원·치과병원 청소용역업체 ㈜두잉씨엔에스는 노조 가입을 '집단화'라고 규정하고 '5단계 집단화 방지대책'을 수립했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강민주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제안서 내용으로 인해 조합활동의 좌절·실패, 노조활동 약화라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그 내용자체로도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며 "위법적 제안서를 발표한 하청업체들을 선정한 서울대병원 또한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 인정돼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교육부와 서울시는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서울대병원과 용역업체들의 노동탄압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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