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자치구가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전담인력을 집단해고한 뒤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을 신규채용하면서 무기계약직 전환에 사용할 예산을 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에, 사업비를 부당사용했다는 논란까지 가세했다.

민주연합노조는 12일 오전 부산 사상구 사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 자치구가 기간제 노동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거부하기 위한 꼼수로 또 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인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을 채용하면서 국고로 지원되는 통합건강증진사업비를 부당하게 사용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부산시 14개 자치구는 지난해 말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인 기간제 방문건강관리인력 170명을 해고한 뒤 그 자리에 시간제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했다. 시간제 공무원은 대개 2년 단위 계약을 맺었고 최대 5년까지 연장할 수 있으나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은 안 된다.

부산시는 이들의 인건비를 기존 기간제 방문건강관리인력과 마찬가지로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비'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통합건강증진사업비 전용에 제동을 걸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월 말 부산시에 보낸 공문을 통해 "해당 사업의 기간제 근로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경우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 예산에서 지원하고 있으나, 지자체가 채용한 임기제 공무원의 인건비는 이 사업비로 편성·집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간제 공무원은 또 다른 형태의 기간제를 양산하는 것"이라며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을 채용하는 것보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부의 방침을 밝힌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이미 올해 예산을 편성해 채용 절차를 마친 상태라 별도 인건비를 마련할 수 없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부산시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복지부가 사업 시작 후 뒤늦게 공문을 내려보내 재검토 요청을 한 상황"이라며 "지자체가 채용한 계약직 공무원의 인건비를 국고지원사업비에 편성하는 것이 법적 위반사항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부산시 지자체들의 시간제 꼼수 채용을 정부부처가 막고 있는 모양새"라며 "사업비 사용을 중단하고, 해고자 복직과 무기계약직 전환을 위해 서병수 부산시장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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