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가 세브란스빌딩의 시설관리 용역계약을 신생 협동조합과 체결하자 시설관리 노동자들이 인건비를 삭감하려는 꼼수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동안 용역계약을 계속 체결했던 업체 직원이 설립한 협동조합으로, 이 직원이 임금을 삭감한 계약서 체결을 종용했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연세재단빌딩분회는 4일 오후 서울 중구 세브란스빌딩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연세대는 한국자산관리협동조합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투명한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용역업체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사업으로 세브란스빌딩 임대사업을 벌이고 있는 연세대는 그간 건물종합관리 전문업체인 동우공영㈜에 시설관리 용역계약을 체결해 왔다.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30여명으로 이 중 7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재단은 계약만료일이 다가오자 신생업체인 한국자산관리협동조합과 3년 기간의 수의계약을 새로 맺었다. 협동조합 이사장인 김아무개씨는 동우공영 직원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직원 6명과 협동조합을 비밀리에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회에 따르면 김씨는 계약만료일 이틀 전인 지난달 26일 직원들에게 협동조합 설립과 수의계약 체결 사실을 통보했다. 김씨는 또한 선별고용과 임금 삭감조치를 언급하며 이날 바로 입사지원서를 쓸 것을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거부한 조합원 7명은 고용승계를 거부당했다. 사무직원 1명은 정규직에서 시간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받은 뒤 자진퇴사했다. 한국자산관리협동조합은 현재 온라인에 연봉 1천900만원을 조건으로 신규직원 채용공고를 낸 상태다. 기존 직원들의 기본급이 2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임금수준을 대폭 낮춘 셈이다.

이경수 분회 사무장은 "연세대 법인사무처는 지난해 12월 노조와의 면담에서 '빌딩 운영경비 절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고, 김씨는 지난달 26일 '세브란스빌딩 관리본부로부터 계약 체결을 구두로 약속받고 협동조합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며 "원청인 연세대가 용역비 절감과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협동조합 설립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해성 서경지부 조직부장은 "용역노동자들은 원청에 대한 경제적 종속성이 너무 강해 협동조합의 주요 요건인 경제적 독립성을 보장받기 힘들다"며 "협동조합을 악용해 용역비 감축을 노동자에게 강제하는 이러한 사례가 연세대나 다른 대학가로도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세대 법인측은 이와 관련해 "당장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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