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공장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통상임금 소송 1라운드가 마무리됐다. 두 회사 소송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회사가, 현대중은 노조가 승소했다.

각계 이목이 집중됐던 두 회사의 통상임금 소송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통상임금의 요건인 ‘고정성’을 충족하지 못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법원은 예외를 허용하지 않았다.

아울러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더라도 노동조합이 이를 통해 취할 수 있는 소급분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통상임금 소송을 로또로 인식하고 사활을 걸었던 노조 전략에 허점이 있었다는 방증이다. <매일노동뉴스>가 15일 두 회사의 통상임금 소송 판결문을 비교분석했다.

◇로또인 줄 알았는데=현대차와 현대중의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역시 고정성이 승패를 갈랐다. 법원은 상여금시행세칙에 “15일 미만 근무자에게는 상여금 지급을 제외한다”고 규정한 현대차의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을 갖추지 못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별도규정 없이 일한 날짜만큼 지급된 현대중의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이라고 봤다. 여기까지는 새로운 결론이 아니다.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놓은 통상임금 판결의 법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따로 있다. 소송 당사자인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지부장 이경훈)와 현대중노조(위원장 정병모)는 그동안 회사와의 임금·단체협상에서 현행 근로기준법을 상회하는 노동조건을 달성해 왔다. 강력한 조직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예를 들어 현대차·현대중 모두 유급휴일에 연장근로를 했다면 최대 통상임금의 350%까지 수당으로 받을 수 있다. 최대 250%(통상임금 100%+연장근로 가산 50%+휴일근로 가산 50%+야간근로 가산 50%)까지 할증이 가능한 근기법의 지급 기준보다 높다.

이뿐만이 아니다. 두 회사 모두 입사일을 기준으로 1년간 개근한 조합원에게 10일의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하고, 2년 이상 계속 근무한 조합원에게는 매년 하루씩 연차휴가를 늘려 준다.

연차휴가일수를 최대 25일로 제한하는 근기법과 달리 두 회사 모두 제한 없이 휴가일수가 늘어나는 구조다.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지급되는 수당도 법정수준(통상임금 100%)을 뛰어넘는다. 현대차는 통상임금의 150%, 현대중은 통상임금의 120%를 준다.

두 회사의 단체협약에 규정된 이 같은 조항은 노사 협상의 결과물이다. 두 회사 노조 모두 이러한 단협 규정에 기초해 회사측에 통상임금 소급분을 청구했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잘해야 본전"=법원은 단협에 기초한 현대차·현대중 노조의 수당 청구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통상임금은 근로조건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법이 정한 도구라는 개념이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그 의미나 범위 등에 관해 단협 등에 따로 합의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현대중 판결에서 이같은 법원의 입장이 보다 명확해졌다. 법원은 “종래의 방법에 의해 계산된 금액이 근기법의 규정에 의한 최저한도의 금액에 미달될 때 그 미달금액 범위 내에서만 종래의 계산이 근기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를 풀어 설명하면 과거의 방법, 즉 정기상여금이 빠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 각종 수당이 근기법에서 정한 최저기준에 미달하는 경우에만 무효로 인정된다는 뜻이다. 현대차·현대중처럼 근기법을 상회하는 단협을 가진 노조의 경우 통상임금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결코 ‘남는 장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현대차 소송에서 조합원 2명만이 재판부로부터 통상임금 재산정과 미지급 수당 지급 판결을 받았다. 회사가 이들에게 지급해야 할 3년치 소급분은 각각 389만7천683원과 22만89원에 불과했다. 현대중노조의 경우도 법원은 노조가 청구한 액수의 절반 정도만 소급분으로 인정했다. 여기에 통상임금 소송을 벌이느라 들인 시간과 비용,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갈등까지 감안하면 현대차지부와 현대중노조로서는 '잘해야 본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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