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희 기자
“송도 제2기숙사를 막 신축했을 때 고용돼 학생들이 입주하기 전에 새 건물 페인트 냄새, 독한 먼지 마셔 가며 청소 싹 해 놓고 그랬는데…. (사람을) 쓸 만큼 썼다고 버리겠다니 너무하지요.”

지난달 30일 오후 연세대 신촌캠퍼스 곳곳에 바람개비가 꽂혔다. 연세대 송도 국제캠퍼스 기숙사를 청소하던 신은정(43)씨도 빗자루 대신 바람개비를 들고 섰다. 바람개비는 고용불안이나 근로조건 저하 없이 일터로 돌아가고 싶다는 국제캠퍼스 기숙사 청소노동자들의 '바람'을 담은 상징물이다. 2일이면 지난해 12월31일자로 해고된 22명의 청소노동자들이 신촌캠퍼스에서 농성을 한 지 20일째다.

연세대 국제캠퍼스 2개 기숙사 청소·시설관리는 용역업체 세안텍스 소속 노동자 72명이 맡아 왔다. 사무직을 제외한 노동자들은 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와 민주노총 인천지역일반노조에 가입해 있다.

세안텍스는 청소노동자에게 식대 없이 20킬로그램 쌀만 주고, 수시로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는 “청소한 뒤 의자를 책상 안에 제대로 집어넣지 않았다거나, 의자 다리에 바퀴가 하나 빠진 걸 보고하지 않았다고 경고장을 줬다”며 “관리자 마음대로 경고장을 주는데 경고장 많이 받으면 인사상 불이익이 있다고 해서 다들 전전긍긍했다”고 말했다.

노조가 세안텍스와 공동교섭을 통해 식대·교통비 지급과 근로조건 저하 금지를 명시한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근로조건이 조금씩 나아지는 듯했다.

그런 가운데 세안텍스는 같은해 11월 연세대 국제캠퍼스 기숙사 청소용역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권을 따내기 위해 용역비를 낮췄다. 이어 1년 단위 개별근로계약서를 쓴 22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노조가 2012년 용역노동자 고용승계를 보장한 학교측 확인서를 근거로 항의하자 연세대는 지난해 12월 "업체측에서 고용을 승계하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전해왔다.

그러자 세안텍스는 고용승계를 하는 대신 조합원들의 근무시간을 하루 8시간에서 5시간30분으로 줄이고 기본급 120만원을 95만원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계약기간이 만료된 조합원 22명을 해고했다. 지난달 1일부터는 해고자들의 건물 출입 카드키를 정지시켰다.

이학금 여성노조 인천지부 사무국장은 “근본 문제는 연세대가 기존 인력을 30% 넘게 줄인 업체를 재선정하면서 사실상 용역비 삭감을 유도한 것”이라며 “학교측이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연세대 비정규직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학생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학교측에 면담을 요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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