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9.19 목 08:00
상단여백
HOME 피플ㆍ라이프 책세상
[십 대 밑바닥 노동] 밑바닥으로 내몰린 청소년 노동자의 존엄을 끌어올려라

“호텔정보제공업체를 통해서 유명한 호텔에서 하루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어요. 오후 3시에서 10시까지 시급 5천원씩 3만5천원을 받아야 했지만 통장에는 2만9천500원만 들어와 있었어요. 하지만 호텔이나 호텔정보제공업체나 어디에 따져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성수기가 딱 끝나니까 출근하는 길에 문자가 왔어요. 이제 나오지 말라고. 마지막으로 인사도 할 겸 사무실에 있는 개인물건을 찾으러 가겠다고 했죠. 오지 말래요. 택배로 부쳐 주겠다고. 일회용품이 된 것 같은 기분? 내쳐진 기분이 뭔지 알겠더군요.”

“아는 친구가 오토바이 타다가 죽었어요. 졸음운전을 하는 트럭이 정면으로 받아서 즉사했대요. 저도 사고가 났었죠. 비가 엄청 왔어요. 헬멧 유리막이 뿌연 거예요. 횡단보도에 있던 사람들이 초록불로 바뀌자마자 냅다 뛰더라고요. 2명하고 부딪쳤죠.”

간접고용으로 내몰리는 10대 노동자들

10대 청소년의 적나라한 밑바닥 노동이야기가 담긴 보고서가 나왔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기획하고 이수정 공인노무사 등 6명이 공동 집필한 <십 대 밑바닥 노동>(사진·교육공동체 벗·값 1만2천원)이다. ‘야/너로 불리는 이들의 수상한 노동세계’란 부제가 달렸다. 저자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일한 청소년 노동자들을 소개받아 여러 차례 인터뷰를 거쳐 재구성했다.

<십 대 밑바닥 노동>이 들춘 10대의 밑바닥 노동은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한때는 패스트푸드점·편의점·음식점·주유소가 청소년 노동의 대표선수였다. 하지만 이곳마저 생활고에 내몰린 20대 청년과 장년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10대는 최저임금도 못 받고 산재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사용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더욱 열악한 일자리로 밀려났다.

1부 '더 은밀하게, 더 잔혹하게'에서는 호텔서빙·택배물류센터 상하차·이벤트 피에로·배달 대행 등 간접고용과 특수고용으로 내몰리는 청소년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 준다. 직업소개업체인지 불법파견업체인지 불분명한 호텔정보제공업체에 간접고용돼 책임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일하는 호텔서빙, 각종 위험에 노출된 채 용역업체 일용직으로 일하는 택배노동, 홍보파견업체에서 언제 일을 줄지 몰라 항시 대기상태인 이벤트 피에로, 특수고용 형태로 건당 배달료 몇 천원을 받으며 목숨 걸고 일하는 배달 대행….

10대의 눈으로 청소년 노동정책 세워라

2부 '밑바닥을 맴돌다'에서는 성별이나 가족형태 등에 초점을 맞춰 청소년 노동자의 삶을 들여다본다. 인터뷰 대상은 인권활동을 하는 청소년·탈가정 여성 청소년·기초생활수급가정 청소년·탈학교 청소년이다.

학교와 가정을 나온 청소년들이 직면한 것은 밑바닥 노동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지옥의 문'을 여는 것이었다.

“청소년 정책을 짜는 사람들이 청소년을 보는 게 아니라 청소년 노동을 본 비청소년(성인) 논문을 보고 정책을 짜요. 실제 노동을 하는 청소년을 불러와서 같이 정책을 짜야죠.” 10대가 바라본 노동정책의 모습이다.

어리다고, 모른다고 온갖 모욕에 시달리고 최저임금도 못 받고 쫓겨나는 청소년 노동자. 하청과 재하청으로 재편되는 산업현장에서 최대 약자로 휩쓸리는 이들이다.

저자들은 묻는다. “청소년 노동자의 밑바닥 노동을 끌어올리는 일은 전체 노동자의 인권과 사회 전반의 존엄을 끌어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 것인가.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윤정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