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과 보건의료노조·공공운수노조가 공동주최한 '박근혜 정부의 국립대병원·공공의료기관 경영평가 문제점과 대안 마련 토론회'가 7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제정남 기자

"2008년 경영평가가 도입된 보훈병원에서 진료실적을 달성하지 못한 의사에게 사직을 강요하는 일이 벌어졌다. 수익이 적다는 이유로 분만실과 신생아실이 폐쇄되고 직무급·성과급 도입이 추진되면서 차등 보수체계가 확대됐다. 노사 교섭이 결렬돼 쟁의조정을 신청하거나 쟁의행위가 일어나면 경영평가에 반영된다. 외주화가 확대되고 비정규직이 대량 해고되는 사태도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과 보건의료노조·공공운수노조 공동주최로 7일 오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국립대병원·공공의료기관 경영평가 문제점과 대안 마련 토론회'에서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이 소개한 사례다.

정부가 올해부터 국립대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경영평가가 의료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경영평가를 막기 위해 국립대병원 노조들은 연대투쟁에 나선 상태다.

국립대병원 경영평가, 노동자 노동권 위협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립대병원 경영평가가 가져올 두 가지 걱정거리가 제기됐다. 공공의료가 무너지고 국립대병원 노동자의 처우가 악화된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4년 교육부 소관 기타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에 따르면 국립대병원 경영평가 대상에 노사관계와 수익성이 주요하게 포함됐다. 파업 횟수나 노사평화선언 횟수로 측정하는 노사관리지표를 비롯해 노동생산성·총인건비 인상률로 보는 노동생산성 업무효율지표 등이 대표적이다. 수익성도 재무예산 성과지표 항목에 들어갔다.

나영명 실장은 "공공의료기관 경영평가가 시행되면 비용절감과 수익성을 추구하면서 의료 공공성이 파괴되고 의료서비스 질이 낮아질 수 있다"며 "단체협약이 무력화되고, 인건비를 낮추려고 인력을 충원하지 않으면서 노동강도가 높아지거나 비정규직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용석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장은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경영평가를 막는 문제는 공동행동에서 성패가 판가름 날 수 있다"며 "국립대병원 노조들이 대부분 민주노총 소속인 만큼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운수노조가 일상적 공동투쟁 토대를 신속히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본부장은 "평가제도 자체를 거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사회단체와 진보정치권이 대안적 평가의제를 함께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공성 강화하는 새로운 평가제도 도입하자”

전국에 산재한 국립대병원을 공공의료 강화의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김창훈 부산대 교수(부산대병원 공공의료사업실장)는 "경영성과 위주의 평가제도는 국립대병원이 가져야 할 효과적 치료·돌봄, 안정성·형평성·환자중심성을 구현할 수 없게 한다"며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국립대병원 평가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정주 서울의대 겸임교수는 발제를 통해 "정부의 경영평가 지표에는 대학병원의 중증치료·필수의료공급·지역의료체계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는 반면 노사관리 부문은 지나치게 상세하게 반영돼 있다"고 비판했다.

문 교수는 "국립대병원을 권역단위 국가 의료체계의 중심병원으로 성장시킬 수 있도록 평가내용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소흥 변호사는 "수가가 낮은데도 적정진료를 해야 하고 이로 인해 적자경영이 불가피한 국립대병원에 수익성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비용낭비"라며 "정부의 공공보건의료 계획 수행 여부를 평가지표에 넣는 것을 포함해 국립대병원에 대한 독자적인 평가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공공의료기관을 수익성 중심으로 평가하려는 것은 의료 민영화 수순을 밟겠다는 정부의 꼼수"라며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공공의료를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료 민영화 반대 투쟁을 이어 가면서 국립대병원 경영평가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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